청렴과 부패 그리고 6·1 지방선거
청렴과 부패 그리고 6·1 지방선거
  •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
  • 승인 2022.04.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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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대선이 막을 내리자 윤석열 정부 준비작업을 위한 인수위가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서부터 시작해 초대 내각 인선에 이르기까지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화된 여야 입지자들의 정치적 행보는 다시 대선 2라운드를 방불케 하는 대리전으로 격화되고 있다. 그래서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불안하고 위험해 보인다. 바야흐로 동이 틀 무렵 빛과 어둠이 뒤섞여 낮도 밤도 아닌 모호한 경계의 시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개와 늑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시장에서 기업가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듯, 선거에서 정치인은 득표 극대화를 위해 사활을 건다. 그 때문일까? 최근 한 표가 절실한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에게 접근하여 표를 미끼로 시청 인사권과 이권 개입을 요구하는 등 브로커의 존재가 후보의 용기 있는 폭로로 알려지며 그 파문이 일파만파 되고 있다. 선거 브로커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청렴한 정치문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희망 사항과 달리,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후보들 사이의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 또한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과 혐오를 부추기는 고질병이다. 그동안 선거판에서 확인된 가장 중요한 유권자의 선택기준이 청렴과 도덕성인 만큼 후보자의 득표전략은 자연스럽게 ‘부패와의 단절’ 그리고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는 ‘청렴’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문제는 선거 승리를 위해 자신의 치부를 은폐하는 이른바 ‘청렴 코스프레’가 결과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진실을 왜곡하는 ‘속임수의 정치’로 탈바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결국, 청렴과 부패 사이에서 흔들리는 정치 입지자들의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 판단이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은 물론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나쁜 선택임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전북교육감 서거석 후보의 ‘청렴 대상’ 수상과 관련, 천호성 상대후보 측 주장이 다수의 지역 방송과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으며 이러한 의혹에 황호진 후보와 지역시민단체가 합류하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본질은 올해 ‘청렴 대상’ 수상자였던 서거석 후보가 2015년 전북대학교 총장 시절 이루었던 국민권익위 청렴도 계약 분야 1위의 공적이 청렴도 종합평가에서는 최종적으로 국공립대학 36개 대학 중 꼴찌여서 과연 그 수상 자체가 공정했는지를 겨냥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북지역 12개 교육단체로 구성된 ‘전북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연대’는 서 후보가 청렴도 꼴찌를 청렴 대상으로 둔갑시켜 전북도민을 우롱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러한 논쟁의 발단이 전형적인 견강부회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선거캠프 개소식이 우후죽순처럼 열리는 지금, 문제는 이러한 의혹 제기와 논쟁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지사, 시장, 군수는 물론 광역 및 기초의원들로 광범위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선거는 결과로써 승리도 중요하지만, 공명정대한 그 과정 또한 중요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선거 좌판을 깔고 있는 정치판에서 잘 준비된 정책과 공약은 후보자의 자질을 알리는 품질 보증서와 같다. 지방선거를 앞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는 분명 ‘거간꾼’이 아닌 ‘청백리’이다.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을 목민관의 본무요, 모든 선의 근원이요, 덕의 바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목민관과 공복을 우리의 손으로 선택하는 6.1 지방선거는 아직 실체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어스름한 ‘개와 늑대의 시간’, 어렴풋이 보이는 후보들이 과연 우리에게 친근한 개일지 아니면 위험한 늑대일지 모른다. 그래서 불확실한 미래는 우리가 눈과 귀를 열고 지켜볼 때 극복됨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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