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도시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대학혁신도시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4.1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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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계는 현재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있다. 팽창하던 세계가 제로섬 사회를 거쳐 축소사회로 진행되면서 우리가 접해 보지 못했던 인구감소, 환경오염, 공급과잉, 과잉부채, 4차 산업혁명 등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사회 대부분 영역에서 예측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미래가 수축사회로 전환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세상으로 변했다. 수축사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대학 등을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인구구조변화는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으로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20년 전부터 초등학생 이하 사교육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몇 년 전부터 비수도권 대학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많은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은 재정수입의 감소로 대학운영이 어려워지고 있고 교육과 연구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위기는 대학재정 수입의 감소로 인한 학교 운영의 어려움과 입학정원의 미충원으로 교육·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상실로 인해 발생한다. 이러한 요인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특정대학의 문제가 아닌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대학이 직면한 문제다.

대학은 지역 사회와 산업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역할을 담당하던 대학이 없어지거나 경쟁력을 잃게 되면 그 지역은 침체에 빠지거나 인구유출로 인해 소멸위기지역으로 내몰린다. 지역소멸의 원인은 ‘고령화’, ‘저출생’, ‘일자리부족(경제)’이다. 지역소멸위기는 저출생도 문제지만 40대 미만 젊은층의 수도권 유출로 인한 사회적 감소가 더 큰 원인이다.

비수도권 대학위기와 지역소멸위기는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학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수도권 대학의 문제는 단순히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이 지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을 고려해보면 비수도권 대학문제는 지역 공동화와 지역소멸문제이면서 지역간 불균형발전의 문제이고, 지역 청소년의 문제이다.

정부는 그동안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고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였나, 비수도권 대학문제와 지역소멸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동아젠다에 포함시켜 함께 추진한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 교육부 주관의 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이나 교육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 3개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사업들도 예산의 제약으로 인해 일부 지역과 대학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운영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지난 30여 년간 낙후지역 등에 대한 지원정책을 주로 사회기반시설(인프라)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이 같은 시설 구축만으로는 지방소멸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지자체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기업유치에 올인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역에 기업이 들어오게 하려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차별화된 경쟁력은 교육에서 나온다. 교육은 대학이 잘하는 분야이다. 그런 대학들이 통째로 없어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지역소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매년 1조원 정도를 지원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예산을 지원할지 모르겠지만 소멸예상지역에 기업과 연구소 등이 들어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그것은 지자체의 능력만으로는 어렵다. 국가나 지자체는 그 지역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하여 대학·기업·연구소 등이 협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국형 대학혁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혁신 경쟁시대에 세계적 창업도시들의 힘은 대학에서 비롯되고 있다. 세계벤처산업의 중심 ‘실리콘벨리’,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 요람 핀란드 헬싱키 ‘SLUSH’, 미래시장을 휘젓는 창업중심 베이징 ‘중관촌’ 등이 그 예이다. 한국형 대학혁신도시는 대학이 중심이 되어 도심 캠퍼스와 주거, 산업이 결합된 모델이다. 한국형 대학혁신도시는 대학 부지내 또는 주변 지역에 새로운 융합기술인 인공지능(AI)과 인공위성을 활용한 초고속 통신(5G, 6G), 메타버스 등 뉴 디지털기술이 융합된 미래형도시이다. 여기에서는 새로운 미래지식창출에 기반한 지식형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청년 일자리도 창출된다. 기업들도 대학·연구소 등과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 경쟁력 있는 제품·서비스를 개발한다. 지역 초·중·고등학교를 지역대학과 연계한 디지털 교육도 실시한다. 미래형 인문교육역량 강화를 통해 융합인재를 양성하고, 맞춤형 지역청년창업, 주거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한다.

한국형 대학혁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유휴부지와 시설을 활용하거나 폐교되었거나 폐교 직전의 학교를 활용해야 하는데 법적 규제 때문에 어렵다. 또 대학 자체적으로 대학도시를 조성하는 것도 예산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혁신도시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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