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흥미로운 동진강의 역사여행
아는 만큼 흥미로운 동진강의 역사여행
  • 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 승인 2022.04.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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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우리 전라북도처럼 금강, 만경강, 동진강, 그리고 섬진강이라는 큰 강을 네 개나, 그것도 발원지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 중 정읍을 발원지로 하는 동진강은 수량과 길이로만 보면 제일 작습니다. 하지만 2천년 전 우리 선조들은 지혜롭게 제방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고 농사에 썼습니다. 전라도를 대표하는 3대 저수지인 익산 황등제를 빼고 정읍 눌제와 김제 벽골제는 동진강으로 합류되는 지류 하천인 고부천과 원평천을 막아 만든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침략전쟁에 필요한 식량 증산과 수탈을 목적으로 섬진강에 운암제를 쌓고 뒤편 산에 터널을 뚫어 옥정호 물을 동진강으로 흘려보냅니다. 1931에는 제2터널을 뚫어 ‘우리나라 최초의 유역변경식 발전소’라 불리던 운암발전소를 건립하고, 1935년엔 김제 광활간척지까지 준공합니다. 1945년에는 또 다시 칠보 쪽에 6km가 넘는 터널을 뚫어 칠보발전소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965년에는 운암제보다 더 높은 섬진강댐을 축조하여 담수량을 7배나 늘리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이고, 동진강도수로를 만들어 1978년 부안 계화도간척지를 완공하게 됩니다.

동진강은 정읍의 배들평야, 김제의 금만평야를 적시고 새만금으로 흘러갑니다. 사실 새만금방조제를 통해 거대한 농경지와 산업 및 관광, 환경생태용지가 만들어진 걸로만 생각되지만, 실제 정읍을 비롯한 부안, 김제지역의 매년 반복되는 침수피해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해안지역은 워낙 평평하다 보니 비가 올 때, 바닷물이 밀물이 되는 시기가 겹치게 되면 하천은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오히려 역류되기 일쑤였습니다.

동진강은 정읍 산외면 배남재에서 떨어진 빗물이 평사리천으로 모아지고, 칠보와 태인을 지나 정읍천, 고부천, 그리고 원평천과 합류하면서 새만금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곳곳에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먼저 넓은 곡창지대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동진강에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수 천년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정읍 눌제와 김제 벽골제 이외에도, 정읍의 내장호와 용산호, 김제의 능제, 부안의 청호저수지가 대표적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오늘날 이들 저수지가 단순한 농업용수 뿐만 아니라 주민의 휴식과 체험관광, 겨울철새 서식지와 같은 생태공간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요즘 정읍 용산호를 둘러싼 내장산관광단지의 변신은 놀랍습니다.

둘째, 동진강은 고대부터 최근까지의 치수의 역사를 온전히 담고 있습니다. 홍수나 바닷물 역류로 인한 피해 방지, 농업용 관개수로와 제방, 방수제와 방조제의 축조 및 관리기술, 생태하천 조성 등 물과 관련된 지식을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어, 관련 대학이나 산업, 행정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반드시 와봐야 할 곳입니다.

셋째, 갑오동학혁명의 역사도 동진강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정읍천이 동진강에 합류되는 배들평야에 만석보터가 있습니다. 1894년 3월 부안 백산봉기를 통해 전봉준을 총대장으로 하는 전라도 동학농민군 연합부대를 조직하고 본격적인 갑오동학혁명을 전개하게 된 백산성도 동진강과 함께 있습니다. 우금치전투에서 패전하고 후퇴하던 전봉준장군과 농학농민군은 11월 말 정읍 태인면 성황산에서 마지막 결전을 하게 되는데 그 곁에 동진강과 함께 김제 광활간척지로 물을 보내는 낙양취수보가 있습니다.

끝으로 백제 사비시대 고부군(당시 명칭은 고사부리군)은 경제와 국방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백제는 당시 지방을 동서남북, 중앙 이렇게 오방(五方)으로 나눴는데 그중 중방에 해당하는 곳이 고사부리성입니다. 고사부리성에 올라 고부천과 동진강을 따라 넓게 펼쳐진 풍요로운 들녘을 바라보면 호기로움과 함께 먼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재용<정읍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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