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에 필요한 리더십
지역발전에 필요한 리더십
  •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 승인 2022.04.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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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의정생활을 함께했던 충청북도 이시종지사와 며칠전 만찬을 하게 되었다. 이지사가 3연임으로 임기를 끝내는 시점이라서 편하게 한잔하는 자리로 생각했다. 그런데 청주의 만찬장소에 가니 충청북도 바이오 국장과 과장이 배석하고 있었고, 새로 계획 중인 산업단지에 대학의 바이오분야 캠퍼스를 유치하는 프로젝트에 자문해달라는 게 만찬초청의 목적이었다. 시작도 간단치 않고 시작해도 10년 이상 걸릴 사업을 물러나는 지사가 힘을 다해 추진하는 모습 자체가 우선 매우 인상적이었다.

돌아와 통계청자료실에 들어가 전북과 충북의 지난 10년간의 궤적을 비교해 보았다. 가장 알기 쉬운 지표는 경제활동 총량지표인 지역내총생산(GRDP)이다. 2009년에 전북은 35조 7천억원, 충북은 35조 6천억원으로 거의 같았다. 그런데 2020년에는 전북이 53조 2천억원, 충북이 71조 3천억원으로 충북이 전북보다 30퍼센트 이상 큰 경제규모를 갖게 되었다. 이시종 지사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충북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지역발전의 가장 큰 요인은 리더십이다. 지역의 발전에는 여러가지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요소는 인적자원, 곧 쓸만한 사람들이다. 기업인, 전문인, 공직자 등 각 분야에 혁신 마인드를 갖춘 인재들이 모여드는 지역은 발전한다. 큰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앙정부에서 지역개발을 위한 예산을 따오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재확보가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산업혁신의 중심이 될 글로벌수준의 연구·교육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충북지사가 계획 중인 산업단지 내에 바이오분야 캠퍼스를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전북과 충북이 눈에 보이게 달라진 밑뿌리에는 사고와 전략의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전북에는 성장잠재력이 있다. 우수한 내부 인적자원도 있고, 글로벌 인재들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도 있다. 그런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전북에는 구슬을 제대로 꿰는 리더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가 한달반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발전을 위해 구슬을 제대로 꿸 선출직공직자들을 뽑을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지역분위기를 보면 뭔가 해보자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후보자들에게서 지역발전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들에게서도 능력있는 사람들을 뽑아서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열망이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특정정당이 독식하는 지역정치구조의 희생자인지 그 뿌리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얘기해보자. 후보자들에게 전북 지역의 산업혁신에 대한 의지를 요구하고 싶다. 기존 산업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려는 의지를 요구하고 싶다.

전북에서 농업의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은 농업을 잘해서라기보다는 농업에서 빠져나가는 속도가 늦기 때문이다. ‘농생명산업’이라는 구호는 농업을 생명과학기반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업그레이드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생명과학분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동안 투자해온 ‘탄소산업’도 업그레이드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탄소소재 제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농생명산업, 탄소산업’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게 아니라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서야 한다.

얼마전 지역 실무공직자들이 찾아와 새롭게 육성해야 할 산업분야들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산업들을 보니 인공지능, 로봇, 드론, 바이오, 수소 등 모두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들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할 재원과 이를 실행할 인적자원이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비전과 실행력을 갖춘 리더십이다.

채수찬<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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