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경(天苻經)
천부경(天苻經)
  • 김동수 시인
  • 승인 2022.04.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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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이치
김동수 시인 / 전라정신연구원장<br>
김동수 시인

천부경(天苻經)은 고조선 시대부터 내려오는 81자로 된 민족 고유의 경전으로 여기에는 하늘의 이치가 담겨 있다. 국조 단군께서 비사체(秘辭體:예언 등의 비밀을 글 속에 숨겨둔)로 하늘(天)·땅(地)·사람(人)의 변화 이치를 밝히고 있는데 우리의 전통 놀이인 윷놀이에도 천부경의 이치가 들어 있다. 예부터 윷은 박달나무로 만들었다. 박달나무 한 가지가 태극이다. 그것을 꺾어서 쪼개면 음양이 나온다. 다시 쪼개 네 짝을 만든다. 그게 사상(四象)이다. 윷가락 넷은 앞뒤가 있으니 팔괘가 되고, 또 말밭의 도·개·걸·윷·모는 오행을 의미한다. 윷에는 태극·음양·사상(事象), 오행·팔괘 등 우주의 운행 원리가 다 들어 있다. 윷은 해가 바뀌는 설날에 놀았다. 해가 바뀌고, 우주가 바뀌는 이치를 가지고 논다. 윷놀이에는 잡고 잡히는 이치, 앞서고 뒤서는 이치, 살고 죽고, 죽고 사는 이치가 다 들어 있다.

1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거다. 가을은 결실을 상징한다. 우주에서 가장 큰 변화도 선천(先天)에서 후천(後天)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윷도, ‘천부경’도 그걸 말하고 있다. 선천은 군주의 시대, 후천은 민주의 시대이다. 옛사람들은 둥근 하늘을 그릴 때 원(○), 작은 하늘을 그릴 때는 점(·), 무한한 하늘을 말할 때는 한 일(ㅡ)자로 표현했다. 『주역』에선 태극(太極)이라는 큰 덩어리에서 만물이 나왔다고 한다. 그 덩어리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 ‘무극(無極)’이라고 한다. ‘천부경’에선 그걸 ‘일(ㅡ)’로 표현했다. 그래서 천부경의 ‘일(ㅡ)’은 우주의 시작을 뜻한다. ‘천부경’에선 천(天)·지(地)·인(人)이 하나라고 한다. 우주는 이 삼(三)의 조화로 돌아간다. 삼(三)은 온 우주에 퍼져 있다. 옛날에 왕위 계승을 상징하는 신물(神物)이었던 ‘정(鼎)’이란 솥도 다리가 셋이다. 임금 왕(王)자도 천지인 셋(三)을 하나로 꿴 것이다. 하늘에는 해·달·별이 있고, 땅에는 물·흙·바람이 있다. 나라에는 행정부·입법부·사법부가 있다. 가정에는 부(父)·모(母)·자(子)가 있고, 유교에는 군(君)·사(師)·부(父)가 있고, 불교에는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이 있고, 기독교에는 성부(하나님)·성자(예수)·성신(성령)이 있다. 사람 몸에도 상단전(머리)·중단전(몸통)·하단전(사지)이 있다. 제각각 말하면 셋이지만, 통틀어 말하면 결국 하나다.

‘천부경’은 그래서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로 시작해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로 마친다. 그 하나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하나(ㅡ)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ㅡ)’사상은 무궁하다. 여기서 홍익인간 정신이 나왔다. 우리에게 ‘천부경’이 있다면 중국에는 『주역』이 있다. 우리에게 윷판이 있다면, 중국에는 바둑판이 있다. 둘 다 우주가 돌아가는 이치를 담고 있다. 『주역』의 본질은 천지만물이 변화하는 이치를 설명한 거다. 천부경(天符經)은 구전으로 내려오다 고조선 때 녹도문자(鹿圖文字:사슴 발자국)로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고대 우리 민족의 경전이다. 하늘과 땅, 사람의 이치가 81자 안에 모두 담겨 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천부경’은 주로 신라 말 최치원이 남긴 한역본이고 이에 대한 해석이 구구하나, 본고는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 옹의 천부경 풀이를 중심으로 재작성한 원고이다.

[우주가] 한(ㅡ)에서 비롯됨이니 비롯됨이 없는 한(ㅡ)이다(一始無始一), 세극으로 나누어도 근본은 다함이 없다(析三極無盡本),…중략… 하나가 쌓여 열로 커가니 어그러짐 없이 삼극(天地人)은 조화를 이룬다(一積十鉅无櫃化三) ~ 중략~ 하나가 묘하게 커져 만이 되어 가고, 만이 되어 오나니(一妙衍萬往萬來), 쓰임은 변하나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用變不動本), 사람의 본심이 태양의 밝은 데 근본 하니(本心本太陽昻明), 사람이 하늘 땅 가운데에 들어 하나가 된다(人中天地一) -‘천부경’중에서.

김동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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