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둥이 정치인들
망둥이 정치인들
  • 안도 문학평론가
  • 승인 2022.04.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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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문학평론가
안도 문학평론가

숲 속에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토끼는 식사를 끝낸 뒤 나무 밑에 누워서 ‘만일 땅이 무너진다면 나는 틀림없이 죽겠지? 하며 공상을 했다. 그러자 토끼는 자신도 모르게 겁이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바로 그때 도토리 한 알이 툭 떨어졌다. 토기는 땅이 무너지는 소리로 생각하며 놀라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토끼를 본 다른 토끼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큰일 났어. 지금 땅이 무너지고 있어!” 라고 하자 다른 토끼들도 그 토기를 따라 덩달아 뛰었다. 만나는 토끼마다 “땅이 무너진다!”고 소리치며 도망쳤다. 그 뒤를 이어 수많은 토끼들이 떼를 지어 달아나는 것을 보고 사슴이 물었다. “땅이 무너지고 있어요!” 사슴도 잔뜩 겁에 질려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다음에는 돼지, 또 다음에는 호랑이, 코끼리를 만났다. 그들도 모두 땅이 무너진다며 꼬리를 물고 달아났다. 이때 사자 한 마리가 이 무리들을 보고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지금 땅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사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땅이 무너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희들이 뭔가 오해한 것이다. 지금 정신 차리지 않으면 너희 모두가 곧 서쪽 바다에 빠져 모두 죽고 말 것이다.”

하고 사자는 그들을 막아서며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제야 놀란 짐승들도 모두 멈추었다. 사자는 그들을 향해 물었다. “땅이 무너지는 것을 누가 보았는가?” 코끼리는 호랑이에게 핑계를 댔고, 호랑이는 물소, 물소는 돼지, 다시 돼지는 사슴, 사슴은 토끼에게 들었다고 했다. 결국 사자는 토끼에게 가서 물었다. “너는 어째서 땅이 무너진다고 했는가?”, “저는 틀림없이 땅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디에서 들었는가?”, “저쪽 산기슭 큰 나무 아래서 들었습니다.” 사자는 토끼를 앞세우고 큰 나무 밑으로 향했다.

“바로 이곳에서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자가 나무 아래를 살펴보니 잘 익은 도토리 하나가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부화뇌동(附和雷同)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우레가 한 번 울리면 다른 것들이 함께 소리를 낸다는 말이니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동조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줏대없이 남의 말을 쉽게 곧이듣는다. 듣는 것도 모자라 행동까지 따라 한다. 그러나 그릇이 큰 사람은 남의 말을 따르기 전에 먼저 그 이치를 따진다. 요즈음 선거판에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말들이 떠돈다. 선거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망둥이가 뛴다”는 말이 회자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쥐나 개나 후보들이 난립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경력이 일천하다는 이유만으로, 지지율이 뜨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망둥이’ 취급을 당하는 후보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역대 선거 레이스에서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준 건 ‘대세론’으로 앞서갔던 후보가 아니라 지지율이 부진했던 ‘망둥이’ 후보들이다. 한 때 ‘40대 기수론’을 앞세웠던 김영삼, 김대중 후보도 당시 정치판에서 봤을 때는 영락 없는 망둥이었다.

모든 음식의 맛이 다르듯, 정치 영역도 맛이 다르다. 권력 맛을 본 사람들은 그 맛을 아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맛을 알아도 본질적인 과업을 수행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은 지(知, 智)와 ‘싹수’가 필요하다. 지(知)와 지(智)는 사물의 이치를 밝히고 그것을 올바르게 판별하고 처리하는 능력이다. 우리 모두 현명한 유권자가 되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리자.

안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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