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시대의 민낯
공유시대의 민낯
  •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 승인 2022.04.07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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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추억의 향기를 더듬어 보면 대부분 어릴 적 부모님과 형제자매들과의 소소했던 일상이 하나둘 모여서 켜켜이 쌓여있는 것들이다.

부모님께서는 없는 살림이었지만 중요한 행사나 생일 때면 큰맘 먹고 귀한 선물을 사주시곤 했는데 그날 저녁은 기쁜 나머지 잠도 오지 않고 다음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났던 추억이 가시지 않는다.

모든 것이 귀하고 소중했기에 내 것과 남의 것을 확실히 구분하고 내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같이 아끼고 애지중지했었다.

그때만 해도 물건을 함께 공유한다는 생각은 감히 상상도 못했으며 부득이 형이나 누나 것을 물려받게 되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 것처럼 소중히 여기고 간직했던 기억들이다.

쑥쑥 자라나는 몸집에 맞춰 옷가지를 사줄 수가 없었던 부모님께서는 매번 두 치수 큰 것을 사주셔서 바지는 걷고 소매는 두 번 접어 입고 다녔던 기억들이 지금은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감회가 새롭다.

여러모로 부족하고 어려웠을 살림살이에도 자나깨나 자식들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을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물건이 차고 넘쳐 부족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의 발달로 집이나 자동차는 물론 유무형의 온갖 자산을 타인과 공유하는 세상이 되었다.

어린 시절 가난을 경험했던 필자로서는 공유경제의 의미나 공유시대의 장, 단점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유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민망한 모습과 남을 위한 배려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쓰레기더미에 꼬꾸라져 있는 자전거, 하천 뚝방길에 처박혀 있는 전동 킥보드, 내 것이 아니니까 소중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가치를 지불했으니까 함부로 다루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협력자의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래도 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 누구나 접속해서 서로 원하는 물건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Platform)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방식이자 경제적 행동모델로 대변되며 다변화되는 삶을 실현하고 공유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기준을 만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차량공유서비스, 쉐어오피스, 쉐어주방 등 386세대들에게는 이미 낯설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도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머지않아 짐작할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요즘 플랫폼기업들이 내놓은 공유상품들은 소비자입장에서 평가하자면 지극히 효율적이며 누구라도 큰 부담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누가 싫어하겠는가마는, 거대자본의 속성을 익히 알면서도 익숙하고 편리함에 길들어져 거대한 변화의 방향성을 바꾸지 못하고 빠져들 수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필자는 어렸을 적부터 흔적은 남기지 말고 남을 배려할 줄 알며 솔선수범하라는 가르침과 함께 스스로 자고 난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것을 하루의 첫 번째 일과로 배우며 자랐다.

부족함이 없는 공유의 시대라지만 남이 보지 않으니까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마음과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행동으로 우리사회의 질서는 물론 우리들의 소중한 신뢰자산을 파괴하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스스로는 질서를 지키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쾌적하고 웃음꽃 피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우리 앞에 펼쳐질 10년은 그 주기가 1년으로 짧아질 수 있으며 또다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구성원 모두가 희생을 감수하며 정해진 질서를 준수하고 서로 배려함으로써 세계최고의 방역모범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두와 함께 하는 공유의 시대! 보다 전주다운 전주의 멋과 우리 모두의 행복을 원한다면 스스로는 솔선수범하고 남에게는 친절과 배려를 베풀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멋진 봄날! 우리 다 같이 한바탕 크게 웃을 수 있는 그날을 희망하며….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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