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의 이별
마스크와의 이별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 승인 2022.04.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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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미국 배우 짐 캐리 주연의 1994년 영화 <마스크>는 소심한 은행원이 신기한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영화다. 주인공은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할 용기도 없고 능력도 없는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악당들을 물리치고 고백도 하게 된다. 마스크를 쓰고 난 뒤 특수효과가 현란하기로 유명한 영화로 흥행도 꽤 되었다. 특수효과보다 마스크를 쓰기 전과 후의 짐 캐리의 연기가 더욱 인상적인 영화다. 사실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는 복면이나 마스크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DC코믹스의 <배트맨>이나, 마블의 <스파이더맨>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영화들에서 ‘마스크’는 주인공의 이중인격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훌륭한 소재다.

일상에서 KF 94 규격 마스크를 쓴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사실 ‘KF’라는 말도 생경했다. 기껏해야 미세먼지가 심한 봄·가을에 쓰는 정도였다. 이웃나라 일본은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마스크를 썼다고 한다.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일을 극도로 꺼리는 특유의 국민성과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는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한다. 그에 비해 미국을 비롯한 서양사람들은 마스크를 불온한(?) 물건 취급을 했다.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표정을 읽는 문화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복면’은 강도나 테러리스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서부개척시대 영화만 보더라도 복면을 쓴 사람들은 모두 악당이다.

2020년 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약국에서 길게 줄을 섰던 게 엊그제 같다.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구입 대란이 벌어져 사재기가 극심했고 가격폭리와 매점매석을 하는 업자들 때문에 사회문제가 되었다. 한편으론 KF 마스크의 뛰어난 품질에 힘입어 한국산 마스크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22년, 코로나와 ‘엔데믹’을 준비하는 우리로선 이젠 추억 아닌 추억이 되어 버렸다.

전 세계 각국의 정부는 ‘가장 훌륭한 백신은 마스크’라면서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필자의 경우 코로나 초반 법정에서 마스크를 쓰는 일이 상당히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법정은 복장에서부터 가장 보수적이고 예의를 지켜야 하는 곳인데, 얼굴의 대부분을 가린 채 변론을 한다는 일이 마치 예의에 벗어나는 일인양 느껴졌다. 판사에게 길게 설명을 하거나, 증인신문을 하다 보면 숨이 가빠져 불편하기도 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젠 법정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해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마기꾼’이란 말도 유행했다.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눈매만 드러나다 보니 다들 미남·미녀가 되었는데 마스크를 벗으면 원래대로(?) 못생겨진다는 뜻으로 ‘마스크를 쓴 사기꾼’이란 조어다. 인터넷에선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서로 호감을 나눈 남녀가 막상 마스크를 벗고 난 뒤 어색해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떠돈다. 심지어 요즈음 소개팅은 약속장소에 나가 마스크를 내리고 상호 얼굴을 확인한 후 진행되는 게 ‘국룰’이라고 한다.

정부가 이르면 이달 18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엔데믹’ 시대로 돌입하면서 마스크와 이별을 할 때가 된 듯하다. 마스크가 불편하긴 했어도 지난 2년간 비염이나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았다는 의견도 있고, 실내에서는 착용해야한다고 하니 당분간 이별은 접어두어야겠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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