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투자, 연구중심대학 네트워크의 지름길
기초과학 투자, 연구중심대학 네트워크의 지름길
  • 부상돈 전북대학교 연구처장/물리학과 교수
  • 승인 2022.04.05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상돈 전북대학교 연구처장

 현재 전국대학의 기초과학 학과들의 숫자가 급속히 줄고 있다.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비인기학과라는 이유로 학과를 없애거나 통폐합 등을 위해 이들 학과를 줄이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기초과학의 기본인 이들 학과의 축소는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실 지역의 경우 국공립대를 제외하면 기초과학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기존에 기초과학 학과를 운영하던 대학들 중 상당수는 학과 명칭을 변경하고 교육 방향을 바꿨다. 물리학의 경우 응용물리학, 전자물리학, 나노물리학, 방사선물리학 등 실용 학문과 결합했고 화학 역시 응용화학, 나노화학, 소재화학, 공업화학 등으로 바뀐 사례가 많다.

  문제는 기초과학 학과의 축소 분위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라는데 있다. 전국대학 자연과학대학 분포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4년제 180개 대학 중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수학 등 자연과학계열 기초과학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기초과학 학문의 국가 경쟁력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이러한 악순환을 타개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생각해 본다. 한 가지는, 국가 주도의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소(가칭, K-Science 국민과학연구소) 육성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는 각자가 알아서 하는 개인 연구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사실이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대부분 대학교수들이 개인별로 교수 1인 연구실을 만들고, 과제를 받아오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형태로는 창의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연구를 진행하기가 어렵다.

  또 하나의 다른 대안으로는, 요즘 많은 얘기가 되고 있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이다. 경희대 김종영 교수 등이 이 담론을 시작했다. 기존 서울대를 포함한 지방의 거점 국립대학을 ‘한국1대학, 한국2대학… 한국10대학’으로 재편해서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벤치마킹 대상은 4년제 공립 연구중심대학 10개로 이루어진 캘리포니아대학 체제이다. 여기에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버클리)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샌타바버라, 어바인, 데이비스, 샌타크루즈, 리버사이드, 머세드 캘리포니아대학이 포함되며, 이 중 7개가 전 세계 대학 순위 100위 안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도 지역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연구중심대학·과학거점대학으로 육성·지원함으로써, 입학정원 미달·연구인력 및 연구경쟁력 약화·기초과학 기피 문제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 시대에 대응하는 인재를 육성·배출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다면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네트워크를 단 시간 안에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흔히들 기초과학 연구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 기초과학에 투자되는 비용이 너무 크고, 또 오랜 시간이 걸려야 상업화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초과학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막스플랑크(MPI) 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연구소의 사례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듯이 적당한 시스템을 통해서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면 기초과학을 통해서 발전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초과학 연구와 교육을 통해서 전문성과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지속적인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기초과학 지식 축적과 양질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부상돈 <전북대학교 연구처장/물리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