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가치
생명의 가치
  • 안도 문학평론가
  • 승인 2022.03.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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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문학평론가
안도 문학평론가

여러분은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이 영화는 히틀러의 유태인 말살 정책이 한참 진행 중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사업가 쉰들러는 유태인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막대한 재산을 모으게 되지만 수용소 내의 유태인들이 무차별 학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 이후로 유태인들을 그의 공장으로 끌어들일 계획을 세운다.

명분은 공장의 인부로 고용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보호하고자 함이었다. 마침내 수용소와 협상하여 한 명당 가격을 정하고 1,200명을 인수한다. 쉰들러는 공장을 운영하며 여러 번 파산 위기를 맞았지만 공장의 파산은 곧 유태인들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쉰들러는 악착같이 공장의 유지에 노력한다. 다행히 독일이 항복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고 유태인들은 목숨을 보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쉰들러는 지난 일들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의 감정이 폭발한 듯 소리치며 절규한다.

“나에게 돈이 좀 더 많았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내 차를 팔았더라면 열 명은 더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내 반지를 팔았더라면 두 명은 더….”

“한 생명을 구한 자가 온 세계를 구하는 것이다.” 이 말로써 유태인들은 쉰들러에게 감사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

쉰들러가 사업가로서 그렇게 갈망했던 돈을 포기하고 인간을 선택한 것은 휴머니스트의 소신도, 의도된 행동도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선(善)의 자연스러운 발현이었다. 현재 쉰들러의 후손 유태인들은 6,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하지 못하여 절규한 쉰들러의 인간 정신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여러분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기억하고 있는가? 한 사람, 한 사람씩 구조될 때마다 우리는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하고 성스러운 것이다. 그때 보여주었던 그 사랑을 우리 평소의 생활 속에서도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세월호 침몰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불행한 사고였다. 이후 관리·감독 강화 및 안전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안전에 투자하는 것보다 배·보상 등 사고 처리에 드는 비용이 적다면 어떤 제도가 있다 한들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대지’의 작가 펄 벅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명의 가치에 대하여 깊이 고민한 작가다. 그녀는 생후 3개월만에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에 갔다. 농경제학자인 남편과 사이에 자라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사람이란 존재는 무언가에 쓸모가 있어야만 할까. 그렇지 못한 삶은 가치가 없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고통, 절망과 방황을 ‘자라지 않는 아이’라는 작품에서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삶의 여정을 거치며 펄 벅은 작가가 되었고, 어린 딸은 소설 ‘대지’에서 왕룽의 백치 딸로 그려진다.

‘세상에는 달랠 수 있는 슬픔과 달래지지 않는 슬픔의 2가지 슬픔이 있다. 달랠 수 있는 슬픔은 살면서 마음속에 묻고 잊을 수 있는 슬픔이지만, 달랠 수 없는 슬픔은 삶을 바꾸어 놓으며 슬픔 그 자체가 삶이 되기도 한다. 사라지는 슬픔은 달랠 수 있지만 안고 살아가야 하는 슬픔은 영원히 달래지지 않는다.

사람은 왜 존엄한 것일까.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현실의 인간은 때론 오만하고 반성할 줄 모르고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그것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우리 자신도 오류를 범하며 살아간다. 그런데도 인간은 인간의 존엄을 얘기하고 생명의 가치를 말한다.

안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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