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 칼
[독자수필] 칼
  • 정성수 시인
  • 승인 2022.03.1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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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칼은 물건을 베고 썰고 깎는 데 쓰이는 연장을 말한다. 이런 칼이 옛날에는 주로 전쟁 무기나 수렵용으로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상대를 이기고 지배하는 힘의 도구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크고 좋은 칼을 가지려 노력한다. 야욕이나 욕망이 큰 사람일수록 강하고 성능이 좋은 칼을 원하고 욕심이 적고 평범한 사람들은 작은 칼에도 만족한다. 작은 칼은 자신을 해치려는 상대나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필요했다. 옛날 여인들이 호신용으로 은장도를 품고 다닌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칼은 종류가 다양하고 여러 생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칼은 국가적으로는 전쟁 무기도 될 수 있고 경제력도 될 수 있다. 개인에게 있어서 칼은 남을 이기고 앞서는 힘을 상징한다. 힘은 바로 재능이나 기술일 수도 있고 지식이나 권세나 돈이나 지식이나 명예 등이 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힘은 남을 지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임과 섬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의 소유가 부족하고 뒤처지는 사람들은 최소한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굴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호신용 칼이라도 가지려 안간힘을 쓴다. 사람들은 큰 칼이나 작은 칼이나 칼을 갖기 원한다.

  칼은 많다. 식칼 · 주머니칼 · 공작 칼 · 과일칼 · 회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석기 시대부터 쓰이기 시작한 칼은 처음에는 돌이나 뼈를 갈아서 만들었다. 차차 구리나 철 등으로 발달하여 왔다. 가늘고 긴 칼은 철기 시대 이후부터 성행하였다. 서양에서는 한쪽 면에만 날이 서 있는 것과 양쪽 면에 날이 있는 칼로 구분하는데, 외날은 생활용으로, 양날은 주로 무기로 사용한다.

  사람들은 마음의 칼을 간다. 특히 어렸을 때나 젊은 날에는 열심히 칼을 갈면서 치열하게 산다. 그 시절에는 날이 잘 선 칼로 자신에게 맞서는 사람과 억압하는 사람을 베어버리고 싶어 한다. 정의에 대한 열정은 불길 같지만 안타깝게도 용서와 자비와 화해를 모른다. 내 칼보다 더 크고 예리한 칼이 있다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이 쌓이고 세월이 흐르면서 꺾이는 법을 배운다. 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면서 입보다 귀를 더 많이 열어두는 법도 알게 된다.

  인간사는 칼의 역사다. 칼로 남을 쳐내고 일어섰다가 또 다른 칼에 의해 무너지고 망하는 것이다. 지금도 국가마다 가공할 무기를 만들고 힘을 가지려 한다. ‘칼을 가진 자는 칼로 망한다!’ 것을 알면서도 너 죽고 내가 죽자는 극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

  양날 검이란 말이 있듯, 칼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생존에 필요한 무기가 되기도 하고, 사람을 위협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날카로운 칼은 여러모로 유용하지만 날이 잘 선 만큼 베이기도 쉽다. 무딘 칼은 잘 듣지 않아 애를 먹지만 크게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날카로운 칼은 사용하기에 조심스럽다. 세상 모든 것은 쓰기 나름이고 길 들여지기 마련이다. 과過해도 안 되고 소小해도 안될 때의 칼은 더도 덜도 말고, 중간이면 좋다. 비수匕首가 아닌 중용中庸과 중도中道를 견지堅持하는 그런…

  우리는 칼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음으로써 자신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정 나를 위한 일인지 냉철하게 생각하면 손에 칼을 들거나, 가슴에 칼을 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된다. “칼이란 무엇인가? 어떤 칼을 원하는가? 칼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를 자각할 때 비로소 칼을 내려놓을 수 있다.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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