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새정부에 바란다
선거가 끝났다. 새정부에 바란다
  •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 승인 2022.03.10 0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앞으로 나가야 할 때다. 새정부의 과제 1순위는 국민통합이다. 그러나 이를 이루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두 쪽으로 갈라진 진영싸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결과는 중도층이 결정했지만 분열된 양쪽 지지자들이 선거가 끝났다고 가운데로 모이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과 유사하게 진보성향의 유권자들과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꼭 반반씩 갈라진 미국의 경우를 봐도 선거가 1년4개월이 지났는데도 양쪽 사람들이 가운데로 움직이는 조짐은 없다. 조 바이든과 같은 온건하고 합리적인 의회지도자가 대통령이 되었는데도 국민통합에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통합은 어차피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새정부는이 문제를 안은 채로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새정부가 해야 할 일을 단기와 장기로 나눠보자. 단기적 현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정치 상황에 대처하고 경제적 애로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체주의 전통이 있고 독재자가 지배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신뢰받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힘들다는 것을 새삼스레 일깨워주었다. 이런 성향의 이웃나라를 가진 한국한테는 잠깨라는 자명종 소리이기도 하다. 다행히 민주정치가 이루어진 나라들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단결해서 국제질서의 파괴자에 대항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수단들까지 동원되고 있다. 한국도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 한국은 국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방된 국제질서의 가장 큰 수혜자 중의 하나임에도 그 비용을 부담하는 데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생겨난 경제적 애로는 몇 년 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제한으로 한국이 경험한 경제적 애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와의 금융거래와 무역이 중단된 데서 온 직접적 피해도 크지만, 그보다도 국제시장에서 러시아산 원유와 원자재 공급이 중단됨으로써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은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서 오는 경제적 애로가 새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새정부를 준비하는 인수위원회는 원치 않아도 이 현안문제에 발을 담그게 될 것이다.

장기적 측면에서, 새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임기중 꼭 해야 할 일들을 정해야 할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후보들간의 경쟁과정에서 정책방향과 핵심정책들이 정해졌어야 하는데, 진영싸움에 몰두하다 보니 정책에는 준비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기대하는 것은 정책결정에서 현정부의 전철을 밟지는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현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 목표와 수단의 괴리였다. 경제정책만 보더라도 실패 목록은 상당히 길다. 소득과 재산 양극화를 줄이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그 간격을 늘렸다. 이는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구호아래 실험된 엉터리 경제학의 잘못이 크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그 대표적인 예다. 또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부동산 가격폭등을 가져왔다. 세금과 규제만으로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하는 정책결정자들의 무지와 오기가 시장에서 역효과를 낳은 것이다. 현정부의 정책실패 목록이 길지만 여기서 멈추도록 하자.

목하 세상을 움직이는 두 가지 큰 힘은 세계화와 혁신이다. 러시아의 지도자는 연결되고 통합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했다가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의 현정부는 혁신에 대해 무개념이었다. 새 정부는 세계화를 잘 이해하는 혁신지향적인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채수찬<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