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지혜, ‘스톡데일 패러독스’
코로나19 시대의 지혜, ‘스톡데일 패러독스’
  • 조봉업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 승인 2022.03.0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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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업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조봉업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코로나19 상황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네 차례의 대유행을 거쳐 최근엔 오미크론 변이가 급격히 확산 중이다. 변이 바이러스의 강력한 전파력으로 국내 확진자 수는 역대 최대인 하루 20만 명을 돌파했고, 우리 지역도 연일 수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가 번번이 어긋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코로나19를 대해야 할 것인가.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얘기한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는 바이러스 종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사례일 것이다.

베트남전 당시 미 해군 중령이었던 제임스 스톡데일은 작전 수행 중 포로가 되었다. 그를 비롯해 포로가 된 동료들은 수용소에서 고된 생활을 겪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가혹한 폭행이나 고문이 아니었다. 석방을 기대하는 마음이 오히려 문제였다. 곧 석방될 것이란 희망이 사라질 때마다 포로들은 빠르게 쇠약해졌고 무너져 내렸다.

처음에 포로들은 크리스마스면 미국과 베트남 간의 포로협상이 이뤄져 석방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한번 희망을 품고 부활절을, 그리고 추수감사절을 기다렸으나 협상은 계속 결렬되었다. 그렇게 협상이 실패할 때마다 포로들은 큰 상실감에 빠졌고 병에 걸리거나 죽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스톡데일은 달랐다. 석방되리란 믿음은 있었지만 쉽게 풀려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놓지 않았다.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으나 근거 없는 희망에 의지하지 않았다. 눈앞에 닥친 현실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삶을 긍정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8년을 버틴 후에야 그는 수용소에서 풀려났고, 고국으로 돌아와 해군대학 학장을 지내고 중장으로 퇴역하였다.

짐 콜린스는 스톡데일의 이러한 경험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라 부르면서 막연한 낙관론이 비관적 상황을 극복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설파했다. 미래에 대한 믿음은 갖되, 현실은 더욱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냉철한 현실주의자’의 태도가 위기 극복에 더 좋은 해법임을 시사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의 정점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종식 시기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선을 희망하면서, 최악을 준비하라(Hope for the best, but prepare for the worst)’라는 표현처럼 가장 좋은 상태를 기대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조금 더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전라북도 역시 따뜻한 희망 속에 냉철한 시선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변이 등장 등 장기전에 대비하고 도민의 생명과 안전 수호에 총력을 쏟으면서 코로나 이후의 생태문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희망은 어디에든 있다. 동토 아래 잠든 씨앗처럼 아직 피어날 때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기본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하루하루를 잘 이겨낸다면, 희망의 씨앗은 반드시 언 땅을 뚫고 우리 앞에 푸른 잎으로 우뚝 설 것이다.

조봉업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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