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즐거움
여행의 즐거움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 승인 2022.02.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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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제주도로 가.”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냐는 물음에 늦장가를 간 친구가 답했다. 내 또래 젊은 세대들의 혼인율이 준 탓도 있겠지만 근래 청첩장을 받아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코로나 시대 가까스로 결혼식을 야반도주(?)하듯 후다닥 끝내도 당일 피곤한 상태에서 밤비행기를 타고 타국의 공항으로 가는 일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제주도도 좋지. 요샛말로 ‘레트로’하고. 나중에 코로나 풀리면 애 낳기 전에 해외 한번 다녀오면 되지.” 덕담을 건네지만 일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의 설렘을 위로하기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코로나 시대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사람들은 해외여행을 참으로 즐겼다. 90년대 해외여행 자율화 조치가 시행된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력 상승과 여가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외여행을 가는 일은 흔한 일이 되었다. 20대는 몇 달 아르바이트를 해서 경비를 마련하고, 중년들은 여행사를 통해 해외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녔다. 등산복 차림의 한국 중년들이 해외 유명 관광지에 ‘출몰’하는 사진도 화제였을 정도로 해외여행은 일상적이었다.

낯선 곳, 특히 우리와 멀리 떨어진 외국을 여행하는 일은 여러모로 즐겁다. 반복되어 무디어진 일상의 감각들은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곤두선다. 줄지어 활주로에 서 있는 거대한 비행기, 캐리어를 끌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향수 냄새가 떠도는 면세점, 출국전 티켓을 확인해주는 승무원, 기내에 울리는 건조한 기장의 안내 목소리. 기내식도 빠지면 섭섭하다.

코로나 시대 이후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백신을 맞고 PCR 검사를 하고 돌아온 뒤 격리를 감수하면 갈 수는 있지만,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사실상 출국금지조치와 다를 것이 없다. 여행지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예전과 같이 자유롭게 관광을 하지 못한다. 자유를 느끼러 간 여행이 오히려 속박을 한다. 아시아·태평양 주요 14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3명은 1년 안에 해외여행을 떠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외여행은 참을 수 없게 된 사람들이 30%나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행업계와 항공사는 울상이다. 사람들은 불편하고 위험한 해외여행에서 국내여행으로 눈길을 돌리고는 있지만, 국내 여행지가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주는지 회의적이다. ‘국가 관광거점도시’ 전주는 어떨까. 전반적인 여행업계의 침체속에서 해외 여행객의 눈길을 끌 수 있을까. 여행객수가 감소하였으면 되었지, 늘었다는 소식을 본적이 없다.

10여년 전 결혼식을 올리고 이탈리아로 떠났다. 우리 부부는 해외여행지 가운데 특히 유럽을 좋아해서 결혼 전에도 수차례 다녀왔는데, 가장 좋았던 국가가 이탈리아여서 신혼여행지로 정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결혼식은 고향인 전주에서 올렸는데, 공교롭게 출국일까지 이틀 정도 짬이나 전주에서 1박 2일 묵었다. 내 고향에도 이런 곳이? 놀랍고 즐거웠지만, 두 번 올 곳인지는 조금 의문이었다. 이탈리아와 비교는 언감생심이겠으나, 자칭 아시아 문화의 중심도시라면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인 듯하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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