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게 챙겨야 할 다문화 학생
꼼꼼하게 챙겨야 할 다문화 학생
  • 서거석 前 전북대 총장/국가아동정책조정위원
  • 승인 2022.01.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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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석 前 전북대 총장/국가아동정책조정위원

  단일민족이라는 말을 우리의 정체성처럼 여긴 적이 있었다. 그런 상황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해왔다. 심지어 색깔 중에 ‘살색’이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폐쇄적인 인식 속에 살고 있었는지 알 것이다. 그런 사고로는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세상이 다양성의 사회로 접어든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이주여성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전북에 거주하는 다문화 이주여성은 약 12,000여 명이고, 그들의 자녀 역시 그 정도 숫자라고 한다. 그중 8,100명(국내출생 7,613명, 중도입국 218명, 외국인가정 274명)이 현재 유초중고에 재학 중이다. 전체 학생의 4.2%로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임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한다. 이에 반해 이주여성들은 다르다. 그동안 다문화 가족들을 만나며 새로운 사실 알게 됐다. 낯선 땅에서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아 어렵게 사는 이주여성들에게 가장 큰 기쁨은 바로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때 비로소 자신이 한국인이구나 하는 자긍심도 느꼈다고 한다. 참으로 눈물겨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기쁨도 잠시, 서투른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그 아이들은 엄청난 혼란과 고통을 겪는다. 특히 어머니가 한국 교육의 실정을 잘 모르니 성장과정에 맞는 교육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상당수의 다문화 아이들은 우리말도 서툴고, 기초학력이 부족해 학습에 곤란을 겪게 된다. 심지어 혼혈아라는 따가운 눈총과 차별 속에서 학교폭력과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다문화 아이들 역시 귀한 우리 전북의 자녀들이다. 그들에게 그늘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아이들이 꿈을 갖고 자신의 미래와 진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다층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김살 없이 밝게 커 나갈 수 있도록 꼼꼼하게 살피고 따뜻하게 챙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말 교육과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초학력지원 보조교사를 배정해 수업의 이해도를 높이고, 방과후돌봄을 강화해야 한다. 입학 전 ‘예비한글학교’를 운영해 우리말이 서툴러서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왕따, 학교폭력을 없애야 한다. 다른 외모나 서툰 우리말 때문에 왕따를 당하거나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찾아가는 다문화 상담팀을 운영해 학교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고, 사건 발생시 효과적인 대처는 물론 피해학생의 근본적 치유까지를 해야 한다.

  셋째, 다문화 학생들만의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세계문화 체험, 이중언어 교육, 중도입국자녀 적응은 물론 진로진학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 또 해당 국가 유학생과 국내 대학생들로 구성된 진로·진학 멘토링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전학년에 걸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다문화 감수성 교육을 실시하고, 방과후 교육과정에 다중언어, 아시안 쿠킹클래스 등을 개설해 다문화 엄마들이 자기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침으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농촌 학교의 경우 다문화 학생들로 유지되는 학교가 있다. 젊은 사람이 없는 마을을 이주여성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 비로소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기뻐하는 마을 어르신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이제 그 아이들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이 꿈을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챙기는 일에 학교는 물론, 우리 지역 전체가 나서야 할 때이다.

 서거석<前 전북대총장/국가아동정책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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