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말에 첩(妾)의 머리카락을 주워 저주(咀呪)하면 성력(性力)이 저하되면서 병들어 앓거나 죽는다고 했다.
▼ 구약성서에 나오는 삼손은 그 힘이 상상을 초월한 괴력이 머리카락에서 나온다. 그가 잠자는 동안 데릴라에게 머리를 잘린 후 괴력을 잃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머리는 거세(去勢)를 뜻한다고도 했다. 불교에서 삭발하는 것은 금욕(禁辱)생활의 의지표현이라고 한다.
▲특히 유교 전통사회에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는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는 윤리관으로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탈모는 불경하고 수치로 인식했다.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는 탈모·대머리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도 심하다.
▲물동이보다 작은 반질반질한 질그릇을 빗댄 방구리 머리, 귀신이 핥은 머리 같다는 뜻의 귀지두(鬼舐頭), 요강 대가리 등 한두 개가 아니다. 대머리였던 명(明)나라 태조 주원장은 빛 光(광)자 사용을 엄금하고 대머리 독(禿)자를 상소문에 쓴 사람은 처형당했다. 탈모는 중년층 노년층한테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유전적 요인으로 인식해왔으나 갈수록 탈모가 시작되면서 대머리에 이르는 나이 층이 훨씬 낮아지고 있다.
▲ 건강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 진료환자가 20만 명이 훨씬 넘고 이 중 20~30대가 44%로 나타나는 등 젊은 층에서 탈모로 고민하는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탈모 인구 1천만 명에 이르는 작금은 탈모가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고민거리인 시대가 아니다. 대머리치고 악인 없고, 정력 좋고, 두뇌 명석하고, 악질 병에 잘 안 걸리고, 인류학자들의 대머리에 대한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