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있어도 혼자인, 침묵은 이별의 연습
둘이 있어도 혼자인, 침묵은 이별의 연습
  • 이소애 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2.01.18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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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애 시인/문학평론가
이소애 시인/문학평론가

동백꽃은 외로운 사람을 위해 핀다고 귀띔한다. 바람에 섞여 들리는 소리다. 마치 새소리처럼 들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분명 나를 위해 꽃은 붉게 피어 있다. 가슴 속 심장의 열기에 따라 내가 나에게 말을 할 뿐이다.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듯 땅 위에 피어난 떨어진 꽃은 처절하고 애절한 소리로 들려온다. 그 슬픈 소리가 다가오지 않아 고개만 끄덕이며 꽃말을 떠올리는 겨울 노인! 독거노인의 등이 그늘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독거노인 중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많다. 코로나19로 갈 곳을 잃은 독거노인은 매년 5만 명 이상 증가한다. 언젠가는 나도 통계 숫자의 한 여성이 될 터이다. 현재 140만 명으로 추정된다는 통계에 불안감이 짙어지는 이유를 더듬어 본다. 점점 주위 사람들이 독거노인으로 살아가는 현실이다.

독거노인 중 빈곤에 시달리거나 사회적 관계에 단절되어 돌봄서비스가 있어야 하는 노인은 24만 명 정도이다. 취약 독거노인은 2018년 통계를 참고하면 64만1,000명이다. 갑자기 독거노인 통계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내 주위 사람들이 한둘씩 혼자 살다 혼자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장례식을 치르며 부의금함을 채우는 그들을 볼 때 자녀들로부터 소외되는 일이 바로 나의 생으로 다가오는 두려움을 느꼈다.

노인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는 1인 가구와 노인 가구 인구가 증가해서다. 내 주변의 독거노인을 떠올려보니 열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해야 한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기대해보아도 특별한 정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독거노인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행복한 삶의 대책 말이다. 말기 환자나 가족에게 어떤 돌봄을 어떻게 제공해야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공약을 기다려 본다. 팔팔 뛰는 청년을 위한 정책도 좋다. 그러나 사탕발림 같은 돌봄서비스를 개선하는 정책, 노인 요양병원에서 경험하는 불친절과 진료, 병간호에도 변화가 절실하다.

2022년에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된다”라고 글씨를 크게 써서 화장대에 붙여 놓고 매일 에너지를 충전시켜보려 한다. 삶은 행동을 보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한다. 늙음이 삶의 희망에 제동을 걸어도 고통을 동력으로 삼고 세상의 중심으로 전진해야 고독의 그늘을 벗어난다. 넘실대는 파도에 나의 고독과 상처를 떠내려 본다. 아니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면 전주천 강물에 오가는 오리 떼 등에 업혀 떠나보내련다.

나이 듦으로 중요한 공부는 타인과 적절한 관계를 맺는 법이다. 그리고 디지털 세계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은 거동이 불편한 노년기에 우정으로 접근할 것이다.

고독을 경험해 본 사람은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안다. 고독은 외롭고 심심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 뭔가 잘못됐다고 알려주는 사회적 신호이다.

만일, 밤새도록 견디기 어려운 세상과 결별하고 싶어질 때 이른 새벽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는 목숨을 건질 수 있다. 최고의 친구를 가진 행복한 사람이다.

“친구는 종종 상처 입은 마음을 위한 치료약이며, 희망찬 영혼을 위한 비타민이다. 친구가 건네는 위로와 응원은 경제적 보상으로 환원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고 한다.”라고 옥스퍼드 대학 진화심리학 교수인 로빈 던바가 『Friends』에서 말한다. 로빈 던바는 우정의 효능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고 한다. 친구가 없다는 것, 소속감의 부재, 사회적 고립은 우리를 죽음으로 내몬다고 충격적인 글을 썼다.

서로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특별한 ‘우정’은 거저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접촉 등 관심을 많이 투자해야 맺어지는 것이다. 서로에게 삶을 충전시키는 우정은 세상과 단절해야겠다는 위험한 생각을 떨쳐버리게 하는 묘약일 수 있다.

사회적 인맥이 별로 없는 사람은 사교활동이 부족해서 인지능력의 감퇴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무섭다. 공동체 참여와 친구들과 어울리며 인지능력을 보호하는 효과를 기대해보는 우정의 상호작용을 생각해 본다.

한집에 사는 부부도 그렇다. 분명 둘이 있어도 혼자인 대화의 단절은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위험한 생각을 한다. 영원한 이별을 연습하는 시간이 축적되어 간다. 법정 스님은 매화의 향기를 소리로 듣는다고 한다. 꽃을 피우기까지의 여정을 눈으로 들어야 매화의 삶에 공감한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다.

이소애<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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