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방각본, 출판문화의 르네상스를 열다
태인방각본, 출판문화의 르네상스를 열다
  • 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 승인 2022.01.09 14: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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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호랑이띠 임인년 새해입니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해보기 딱 좋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몇 권의 책을 읽어보리라는 독서계획은 단골 메뉴일 것입니다. 설사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매년 찾아오는 새해는 우리에게 기회입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요? 아니면 어떤 책이 많이 출간되었을까요? 조선시대 책의 출간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업무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을 관판본(官版本)이라고 합니다. 물론 개인이나 사찰에서 간행한 책도 일부 있었는데 사간본(私刊本), 사찰본(寺刹本)으로 부릅니다.

하지만 특이하게 방각본으로 불리는 책도 있었습니다. 다소 귀에 익지 않은 명칭이기도 합니다. 방각본(坊刻本)은 시장을 뜻하는 방(坊), 새길 각(刻), 책을 의미하는 본(本)으로 이뤄졌는데, 출판업자 상업적 판매 목적으로 간행한 책을 뜻합니다. 방각본은 출간된 지역의 이름을 앞에 붙이는데, 태인방각본, 경판방각본, 완판방각본, 금성판본, 달성판본, 안성방각본 등으로 불립니다. 본격적인 방각본 출간은 조선 후기 무렵이라 보고 있고, 이중 가장 이른 시기에 활발하게 출간된 것은 정읍의 태인방각본이라고 합니다.

태인방각본은 여러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다른 지역의 방각본과 비교하여 출판업자와 출간 시기 및 장소가 간기(刊記 : 책자에 포함된 출간 기록)에 명시되어 있어 방각본임을 가장 명확히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태인방각본으로 전해지는 책은 14권 정도입니다. 특이하게 전이채와 박치유는 1799년부터 7년 동안 11권을 함께 간행했는데, 어쩌면 이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출판사와 인쇄소인 것입니다.

둘째, 태인방각본은 단편적 기술의 혁신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경영의 혁신을 통해 출판을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전환시킨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미 출간된 기존의 금속활자 인쇄본 책자를 활용하여 목판 제작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발간 부수 확대로 책값을 낮추어도 출간자의 수익률을 높이는 규모의 경제 원리를 통해 출판을 사업화한 것입니다.

셋째, 태인방각본은 한자가 병기된 한글 책이라 할만도 한 효경언해에서 보듯, 책의 독자를 일반 백성으로 확대하는 노력을 통해 출판문화의 대중화를 촉발했다고 보여집니다.

넷째 태인방각본의 경우 농업 생산성 확대, 빈민 구제 등 현실문제 해결에 맞춰 실용적인 책들을 많이 발간했습니다. 방각본 형태로는 처음으로 농가집성과 같은 농업기술 보급을 위한 농서도 발간되었습니다.

다섯째, 태인방각본은 우리나라 출판문화의 르네상스를 열었습니다. 전문 출판사 경영을 시도한 전이채와 박치유를 통해 활성화된 태인방각본의 목판은 나중에 전주와 대구로 옮겨져서 완판방각본과 달성판본으로 재발간되었고, 19세기 말까지 계속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20세기를 전후하여 서포, 서관, 서방 등 다양한 이름의 출판사 겸 서점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전주의 서계서포, 다가서포, 문명서관, 칠서방, 대구의 재전당서포, 서울의 방문서관 등이 대표적입니다.

새해 가족과 함께 우리나라 출판문화를 대표하는 태인방각본을 알아보는 현장학습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정읍시립박물관에는 태인방각본 상설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또한 칠보면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무성서원을 둘러보고, 후문 쪽 찻집과 함께 운영되는 사설 태인방각본전시관도 둘러보면 어떨까 합니다. 태인현 현청이 있던 태인면 소재지에 들러 호남제일의 정자“피향정”에서 왜 태인에서 방각본이 활성화되었는지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도 유익합니다. 가신 김에 바로 옆에 있는 전라북도 최초의 사립도서관인 명봉도서관도 보시구요! 태인면 소재지에는 맛집도 많으니 꼭 드시고 가면 좋겠습니다.

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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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종민 2022-01-10 19:09:00
정읍을 홍보하시는 부시장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