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사람이 우선인 교통문화 정착을 기대하며
차보다 사람이 우선인 교통문화 정착을 기대하며
  • 한병도 국회의원
  • 승인 2022.01.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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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국회의원<br>
한병도 국회의원

우리나라 보행공간의 상당 부분은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좁은 폭의 도로가 차지하고 있다. 도로 폭 12m 미만인 소로가 전체 도로의 64.8%로, 절반 이상이다. 이 중에서도 폭 9m 미만의 이면도로, 골목길 등에서는 2020년 기준 44.4%가 사망하여 보행자 교통사고에 매우 취약한 도로임을 보여줬다. 아울러 전체 보행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8명은 ‘보차혼용도로’에서 발생했다는 통계 역시도 현실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나게 해주는 지표이다. 이렇듯 보행자는 도보와 차도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은 보행 공간 속에서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교통사고 사망자 감축을 위해서는 보행자의 보행권을 확보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조성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보행자 중심으로의 교통안전문화 제도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필자는 1년 전,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도로에서 보행자를 우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토대로 보행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보행자 우선도로 패키지법’을 발의했고, 이 법안은 지난 12월 수차례의 논의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6월 시행을 앞둔 보행자 우선도로 제도는, 주택가와 상가 이면도로 등 보행량이 많고 교통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 구간은 보행자우선도로로 지정할 수 있다. 또한 이면도로 등에서의 보행자 보호 강화를 위해 보행친화적 포장, 안전표지, 차량속도 제한 등 안전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해 운전자들이 도로를 지나가면서도 보행자 중심의 공간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는 ‘보행자우선도로’를 일찌감치 도입하고 있었는데, 네덜란드와 독일, 영국, 호주가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는 모두 도로교통법 또는 교통법에 법적근거를 두고, 차량속도를 규제하는 한편 보행자의 우선통행권을 보장한다는데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속히 도입되어야 했지만, 그간 법적 근거가 미비해 행정안전부에서 전국에 몇 개 구간만 선정하여 연도별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도였다.

정부에서 2019년부터 시작한 보행자우선도로 시범사업은 작년까지 총 45개소를 진행해 사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실제로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수치로 드러났다. 서울시 자체사업으로 진행한 지점들을 대상으로 보행자 교통사고 저감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전에 비해 시행 후 교통사고 감소율이 28.8%를 보였다. 아울러 행정안전부가 2019년에 실시한 시범사업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 역시도 지역주민 만족도가 두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제도의 효과가 긍정적이었다. 이러한 지표로 미루어보았을 때, 앞으로 본 사업이 법적근거를 기반으로 전국으로 확대되어 시행되면,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봄직하다.

이제 보행자 중심으로의 교통안전문화 제도 개선을 위한 환경 조성은 어느정도 갖추어졌다. 작년부터 시행된‘안전속도 5030 정책’, 올해 하반기 시행 예정인 ‘횡단보도 우회전 시 일시멈춤 의무화’ 역시도 보행자의 보행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들이다. 여기에 ‘보행자 우선도로’를 더해 함께 시너지를 발산해 낸다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교통사고 감축 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보행자 우선도로법의 시행일을 4개월 앞두고 있는 지금, 제도가 현실에 잘 정착되어 기대한 바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주무부처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롭게 생긴 교통규제로 인해 운전자 당사자는 잠깐의 불편을 호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리면 내가 언제든 보행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본 제도 시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

한병도<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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