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운세
새해 운세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 승인 2022.01.0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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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새해를 맞이해 해돋이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새해에 첫 일출을 보며 마음을 다잡으려는 생각에서 일출을 보러 간다. 2022년 1월 1일이라는 시간도 따지고 보면 서력에 기원을 둔 것이고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나누어 놓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새해는 새해다. 요즈음처럼 정치든, 경제든, 사회현상이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태에서 사람들은 불안하다. 21세기 중반을 향해 달리는 상황에서도 불확실성은 날로 커져간다.

사람들은 새해에 운세를 본다. 토정비결이 대표적이다. 조선시대 토정 이지함 선생이 썼다고 알려졌는데, 사주중 생년월일과 육십갑자로 한해의 운세를 말해주는 책이다. ‘여름엔 물가에 가지마라’, ‘사람을 조심해라’, ‘구설을 주의해라’. 얼핏 보면 하나마나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운명에 대한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마음은 조선시대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나 보다.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일들은 선사시대부터 주술의 형태로 발전하여 왔다. 사람들은 때로는 별자리나 자연현상을 살피거나 신의 계시를 받는 신탁의 형태로 점을 쳐왔다. 재밌는 사실은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이성과 합리가 시대정신이 된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점술에 현혹된다는 점이다.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서 오히려 불확실성은 상존한다.

서양 중세를 휩쓸었던 흑사병은 쥐를 매개로 한 페스트균이 원인이었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중세 유럽은 가톨릭이 시대정신이어서 사람들은 흑사병을 신의 징벌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교회에 모여 기도를 하고 채찍질을 하여 자해를 하는 등 오히려 병의 전염을 키웠다.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괴질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며 언제 코로나 시대가 종말을 할지 더욱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점술에 현혹되는 건 비단 보통사람들만은 아니다. 정치인과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점집을 자주 찾는 일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큰 선거를 앞둘 때마다 정치인들은 용한(?) 무속인을 찾아 조언을 구한다고 한다. 무속인의 조언에 따라 누구는 조상 묘를 옮기기도 하고, 심지어 성형수술도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무속인은 검사나 변호사와 같은 논리적 합리적 법률가 출신 정치인일수록 타인이 전해주는 확신에 기대는 경향이 크다고 말한다. 심지어 유력 신문에서 대선을 앞두고 역술인에게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를 묻기도 한다.

얼마 전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의 손바닥에 ‘왕’자가 써져 있고 그에게 조언해준다는 ‘도사’가 등장해서 논란이 일었다. 윤 후보는 아내 소개로 역술인을 만난 적은 있지만 몇 번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편으로 이성과 합리의 영역에서 경영적 판단을 해야 하는 재계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불확실성은 급변하는 정치와 경제질서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시대 가장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들, 일반 서민들에겐 코로나 사태의 어두운 터널 끝이 언제인지 가장 궁금할 것이다. 어차피 미래는 알 수 없고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오늘 하루다. ‘하루하루는 성실히,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라는 말과 같이 살아가는 것이 어떨지.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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