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그전에 변호사와 상담하였다면
오징어 게임, 그전에 변호사와 상담하였다면
  • 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
  • 승인 2022.01.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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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br>
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

전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 드라마의 주인공 기훈은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경마장을 전전하며 사채에 시달리는 백수다. 기훈은 어머니의 의료비와 딸의 부양을 위해 큰돈이 필요해지자 상금 456억이 걸린 서바이벌에 참가하고, 최후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예측할 수 없는 게임에 도전한다.

인간의 하나뿐인 생명을 내놓고 도박과 같은 게임을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최상위의 헌법이념인 우리의 법제도하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절대 있어서도 안 될 내용이다. 다만, 드라마의 내용이 비현실적이더라도 그 작품이 표현하는 비유가 오히려 현실을 제대로 투영하는 것이라면, 픽션인 드라마도 관객에게 더 큰 감흥을 준다.

그러나 주인공인 기훈이 과연 자신의 채무 해결을 위해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 의문이다. 물론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채무도 변제되어 해결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산업발전과 경쟁의 심화는 필연적으로 성실하나 불운한 사업가나 금융자본의 과잉융자의 희생자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채무자들에 대한 경제적 재기와 갱생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한 시민의 구제를 넘어 사회 전체적인 경제적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

이처럼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개인채무자의 경제적 회생을 돕고, 모든 채권자가 평등하게 채권을 변제받도록 보장하기 위해 우리 법은 개인회생 및 파산제도를 두고 있다.

개인회생은 장래 계속해서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총채무액 5억원(무담보, 담보부채무는 10억원) 이하일 경우 3년간 일정한 금액을 변제할 경우 나머지 채무를 탕감해 주는 제도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신청하면 법원은 자료를 검토한 후 채권추심을 금하는 중지명령을 내리고, 신청자의 수입 내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금원을 제외한 액수로 부채를 분할 변제할 수 있도록 조정해준다.

개인파산은 채무자가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경우 자신의 재산을 모두 포기하고 법원을 통해 채무에 대한 변제를 면책받은 제도이다. 다만 의도적으로 채권자를 해하는 등 법률상 면책을 받을 수 없는 사유도 있다. 개인회생이 안정적 수익이 있는 사람이 신청한다면, 파산은 경제적 취약계층이 주로 신청한다.

2005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함께 개인회생이나 파산제도도 오랜 기간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사법 서비스에 대한 심리적 문턱으로 변호사의 상담을 주저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신청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회생이나 파산제도를 이용하면 재기가 가능한 사람들이다. 이 말은 빚의 억눌린 사람들에겐 법원의 회생 또는 파산제도가 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그들의 ‘깐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며, 이를 위해 변호사와의 상담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홍요셉<전북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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