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산다. 화학사고와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알아야 산다. 화학사고와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 박경수 전북소방본부 방호예방과장
  • 승인 2021.12.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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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야 산다’는 말은 뻔한 표현이지만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우리 소방관들에게 ‘알아야 산다’는 말처럼 가슴에 와 닿는 표현도 드물다. 안전이란 위험을 알고 그 위험에 대비하고 대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알아야 산다’는 표현과 잘 어울리는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화학물질’과 관련된 분야라고 단언한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1억 6천만개의 화학물질이 존재하고 하루에 약 1만 5천 개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화학물질과 공존하고 있고 화학물질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화학물질은 다양한 특성들로 인해 다루기가 매우 까다롭다. 화학물질이 가진 특성 중 위험과 관련한 특성으로는 쉽게 불이 붙거나 폭발하는 인화성, 누출·유출 시 분해에 장시간 소요되는 잔류성, 오염확인이 곤란한 비가시성, 소량으로도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미량성, 인간에게 암 또는 신체적 기형 등을 유발하는 치명성, 바람 등 매체를 통해 멀리 퍼지는 확산성, 먹이사슬 구조에 따라 유해성이 누적되는 축적성 등이 있다.

 지난 13일 전남 여수의 화학물질 제조업체에서 탱크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아울러 2012년 9월 27일 구미의 한 화학공장에서 12톤의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주민 1만2천명 병원진료, 농작물 212ha 고사, 차량부식 2천대, 가축피해 4천 마리, 주민보상금 380억에 이르는 우리나라 화학사고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2019년~2021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215건으로 2019년 58건, 2020년 75건, 2021년 82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15건의 화학사고 중 화학물질을 차량으로 운송하던 중에 발생하는 사고의 비율이 약 20%(42건)에 달한다. 화학물질 운송차량의 사고 비율이 매년 20%(42건)라는 통계에 담긴 의미는 매년 도로상에서 14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매년 도로상에서 14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한다는 통계의 의미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언제, 어디서, 누구나 ‘화학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화학사고는 TV나 신문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고가 아닌 우리에게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사고다.

 그렇다면 종류도 특성도 다양하고 복잡한 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와 맞닥뜨렸을 때 특별한 훈련도, 특별한 장비도 없는 일반 시민들이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바로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다.

 MSDS란 ‘Material Safety Data Sheets’의 약자로 화학물질조약에 따라 화학물질의 16가지 항목 상세하게 설명한 자료로 화학물질을 제조, 수입, 사용, 저장, 운반하고자 하는 자는 MSDS를 작성, 비치, 게시 해야 한다.

 MSDS(물질안전보건자료)가 제공하는 16가지 정보는 화학제품과 회사에 관한 정보, 유해성 및 위험성,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응급조치요령, 폭발·화재시 대처방법, 누출사고시 대처방법, 취급 및 저장방법, 물리화학적 특성, 안정성 및 반응성, 독성에 관한 정보, 환경에 미치는 영향, 폐기시 주의사항, 운송에 필요한 정보, 법적 규제현황, 그 밖의 참고사항으로 해당 화학물질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들이 모두 담겨 있다.

 그렇다면 MSDS(물질안전보건자료)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바로 전국민의 77%가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에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앱을 설치해 해당 앱을 실행한 후 검색창에 물질명이나 UN 번호, CAS 번호 등을 검색하면 해당 물질과 관련한 16가지 정보가 주어진다. 주어진 정보에 따라 대처하면 해당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물질명이나 UN 번호, CAS 번호는 해당 운송차량의 외부에 기재되어 있다.

 화학사고는 유출·누출로 인한 직접적 인명의 피해, 화학공장 등에서의 화재와 폭발·독성물질 누출에 대한 환경의 손상 등 피해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1억 6천만개의 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로부터 나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앱 실행에 있다. 화학사고, 반드시 알아야 산다.

 박경수<전북소방본부 방호예방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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