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카세트테이프
엄마의 카세트테이프
  •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 승인 2021.12.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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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예술공장 예술교육 대표콘텐츠 개발 작품 첫선

 전주시 팔복동 공단에는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이 있었다. 1979년부터 1992년도까지 전국유통은 물론, 아시아까지 수출했으며 한 때는 500명에 가까운 근로자가 일했던, 제법 규모가 큰 공장이었다. 누군가는 카세트테이프에 들어가는 필름이 늘어지지 않도록 에어컨을 빵빵하게 가동시켰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추워서 긴소매 작업복을 입고 일했다고 한다. 또, 그 당시 히트곡이었던 이선희의 ‘J에게’가 공장 안에 늘 울려 퍼지는 곳이었다고도 한다. 그곳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고 누군가의 엄마였을 것이다.

 디지털산업이 발전하면서 카세트테이프의 생산이 줄었고, 쏘렉스 공장도 문을 닫았다. 그렇게 25년 동안 방치되었던 공장은, 폐산업시설 재생사업을 통해 새 단장 되었다. 공간의 재생은, 멈추었던 시간과 기억들도 다시 재생시켰다. 바로 팔복예술공장의 이야기이다.

 앞선 쏘렉스 공장의 이야기들은 그 당시 공장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의 기억을 통해 구술된 내용이며, 지금은 팔복예술공장 아카이브실에 고스란히 기록되고 보존되어 있다. 80~90년대와는 다른 공간이 되었지만, 누군가는 청춘을 보내고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일했을 그때 그 공간의 역사와 기억은 버려지지 않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허구가 아닌 살아있는 이야기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이 이야기들을 더 많은 ‘우리’들과 함께하고자, 팔복동 주민, 근로자, 예술가들이 협력하여 연극작품으로 제작하고 있다. 팔복예술공장(구 쏘렉스공장)의 공간 구석구석이 연극의 무대가 되고, 예술교육 방식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의 이야기와 근로자들의 기억이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엄마의 카세트테이프>라는 작품은, 최정 작가의 시나리오에 시민들의 이야기를 입혀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 멈추었던 카세트테이프 공장이 예술공장으로 다시 재생되듯이, 멈추었던 육아로 잠시 멈추었던 한 여성 작가의 창작활동이 다시 시작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예술가들의 연기, 노래, 춤도 다시 시작되었다. 전주문화재단이 기획한 이번 작품은 단순히 팔복예술공장에 대한 기억이 아닌, 다양한 ‘재생’에 대한 의미와 ‘가족’에 대한 기억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예술교육의 방식을 빌려 시민 참여형으로 기획함으로써, 예술교육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지, 우리 삶과 일상에 어떤 힘이 되어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실천이기도 하다.

  12월 19일 일요일, <엄마의 카세트테이프>는 팔복예술공장에서 첫 시범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19의 영향 안에 있다보니 비대면 공연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지만,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실험이자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날을 조심스럽게 준비해 본다. 가족과 꿈을 위해 치열하게 한 시대를 살아냈던 이들은 모두 전주의 위인이요, 공간에 묻어있는 모든 시간과 기록들이 지역의 역사라고 생각하면, 하나, 하나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위해 켜켜이 쌓여온 소중한 자원들이 아닐 수 없다.

 <엄마의 카세트테이프>는 영상으로 관객과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며, 2022년부터 팔복예술공장에서 지속적인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김주희<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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