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극에 교장선생님을 초대할래요!
낭독극에 교장선생님을 초대할래요!
  • 진영란 진안초 교사
  • 승인 2021.12.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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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선생님, 우리반 아이들 온작품 읽기 하고 나서 낭독극을 하는데 한 번 와서 보실래요?”

 낭독극은 각자 역할을 정해서 연기하듯이 글을 읽는 활동이다. 연극적인 요소가 있지만, 대본을 외우는 부담이 없다. 책을 실감나게 잘 앍으려면, 주인공의 감정을 파악하며 반복해서 읽게 되기 때문에,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하다. “미지야! 밥 먹어라.” 이 한마디 대사를 하기 위해 20분도 넘게 다른 아이들이 읽는 책에 집중을 해야 한다. 2학년 아이들이 처음 하는 낭독극치고는 꽤 성공적이었다. 옆반 선생님께서는 1반 친구들과도 꼭 낭독극을 해 보고 싶어졌다는 멋진 감상평을 남기고 전담실에서 돌아올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돌아가셨다.

 “선생님! 우리 모둠 할 때는 왜 선생님 초대 안 해요? 우리 낭독극에 교장선생님 초대할래요!”

 1모둠의 낭독극 ‘오! 미지의 택배’가 끝나자 다음 시간에 ‘쿵푸 아니고 똥푸’를 발표할 2모둠 아이들이 아우성이다.

 연습하라고 할 때는 땡땡이 치고 싶어서 몸을 배배 꼬던 아이들이다.

 “진짜? 그러면 너희들 연습도 더 많이 하고, 초대장도 만들어야 할걸? 힘든데 할 수 있겠어?”아이들은 대답 대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는 교장선생님께 초대장을 써. 난 보건샘이랑 상담샘한테 쓸게!”연필과 종이를 꺼내더니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초대장을 만들어 낸다.

 “아, 우리 반에서 한다고 알려야지. 벽에다가 붙이는 것도 만들자!”

 “손님들 오시는데 교실이 너무 더럽네. 청소도 해야지!”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교실 환경까지 신경을 써 가며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아이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진짜 잘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얘들아, 1학년 선생님만 초대하면 안 될까? 교장 선생님까지는 조금 부담스럽다.”

 적당히 타협을 해 볼까 했지만 교장실에 초대장까지 돌리고 온 아이들의 불타오르는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교장, 교감 선생님, 보건, 상담 선생님을 모시고 우리 구름반의 낭독극, 대망의 막이 올랐다.

 “산다는 건 백만 사천이백팔심아홉 가지의 멋진 일을 만나게 된다는 뜻이에요.” 서연이의 카랑카랑한 해설을 시작으로 아이들은 각자 맡은 배역을 아주 멋지고 실감나게 읽어나갔다. 1년동안 남아서 한글을 해득한 승민이도, 구구단을 열심히 외웠던 동진이도 자기가 읽어야 할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초집중 모드다.

 “가희야, 넌 연습할 때는 목소리가 작았는데 크게 잘 읽었어. 정말 잘 했어!”공부 시간마다 돌아다녀서 내 애간장을 녹이던 용현이가 엄마 역할을 맡은 친구의 연기를 멋들어지게 평가해준다.

 ‘아! 아이들은 이렇게 성장하는구나!’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기획하고, 그 안에서 배움과 성장을 이루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여러분들이 모두 집중해서 책을 읽고, 진지하게 감상하는 모습을 보고 교장선생님은 너무 기쁘고 행복했어요. 우리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밥 잘 먹고 똥도 잘 싸는 건강한 어린이가 됩시다!”

 교장 선생님의 격려의 말씀을 끝으로 우리 반의 낭독극은 막을 내렸다. 아이들은 책을 덮자 마자 딱지를 들고 복도로 뛰쳐나간다. 오늘 얼마나 위대한 배움을 스스로 일궈낸 아이들의 뒷모습이 반짝 빛난다.
 

 진영란 진안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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