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토·외일 집단 암발병…원인 없는 결과가 있다?
외토·외일 집단 암발병…원인 없는 결과가 있다?
  • 고창=임용묵 기자
  • 승인 2021.12.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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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묵 기자

 집단 암 발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고창군 성내면 월성리 외토·외일마을에 대한 환경오염도 조사 결과가 지난 9일 마을 현지에서 발표됐다.

 주민들이 집단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한 가축분뇨 재활용시설에 대한 분석 결과였다.

 주민들의 주장과는 달리 연구용역기관의 결론은 ‘직접적인 영향 없음’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동안 이어진 조사는 (재)에스지환경기술연구원, 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가 주관했다. 이들은 시설에 보관 중인 퇴비의 성분과 곰팡이 독소, 마을 주변의 토양·하천·저수지·지하수(음용수), 대기질 등 6개 분야에서 집중 조사했다.

 조사에 참여한 김민수 박사는 “마을 주변 하천, 저수지 수질 분석 결과 발암물질로 알려진 카드뮴, 비소, 시안, 수은이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시설의 퇴비가 암 발병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농업활동 중 사용되는 비료나 퇴비 등의 영향으로 지하수에서 질산성 질소와 대장균군이 높게 검출돼 지하수의 음용수 사용불가 판정을 내렸을 뿐이다.

 이에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최근 10여년 사이 전체 34가구의 절반 가까운 16가구에서 16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3명은 사망했고 11명은 투병중인 탓이다. 지난 늦여름에는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특히 주민들은 일회성 조사로는 그동안 이어진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현재 가동중인 시설에는 가축분뇨가 거의 없어 과거의 양상과는 다르다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 시설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해충 등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은 것은 물론 악취가 심할 때는 식사하기도 힘들고 구토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침출수가 유입돼 문제가 됐던 월성저수지는 자라와 우렁, 장어까지 풍성했지만 시설이 건립된 이후 민물고기 씨가 말랐다고 한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사업주는 주민들에게 피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면서 “기대한 결과와는 다르지만 이제라도 조사가 이뤄져서 다행”이라며 이 결과를 토대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事有必至 理有固然(사유필지 이유고연)’이라는 말이 있다. 일이 꼭 그렇게 된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격언은 외토·외일마을 상황을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한 마을 사람들이 집단으로 암이 발병한 결과는 있는데도 원인이 없다면 “네. 알겠습니다.”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행정에서도 주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정작 원인규명이 된 곳은 익산 장점마을 단 한 곳 뿐이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는 단방약 처방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오랜 시간을 두고 면밀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매듭지어야 한다.

 군에서는 외토·외일마을 주민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주민건강영향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 전북도가 나서야할 상황인 셈이다.

 이날 발표회 말미 주민이 던진 한마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근데 우리 마을 소는 누가 가져갔나?”가 머릿속을 맴돈다. 주민들의 건강을 모두 잃고 마을이 황폐화 된 뒤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난망이다. 주민과 행정, 사업주가 머리를 맞대고 ‘원인’을 해결하길 고대해본다.

고창=임용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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