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우면서 좋은 품성 길러요
식물을 키우면서 좋은 품성 길러요
  • 이길남 부안초 교장
  • 승인 2021.12.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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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일을 반복하면 착한 사람이 된다

퇴근길에 화단 옆을 지나는데 길 위에 꽃이 떨어져 있다. 한 송이가 아니라 꽤 많다. 붉은 꽃송이가 발에 밟힐까 봐 주워서 원래 자리 아래에 놓아주었다. 동네 아이들이 호기심에 땄다가 버리고 간 모양이다.

문득 꽤 오래전에 가르치던 한 아이가 떠올랐다. 교실 선생님 책상 위에 꽃병이 있던 때였다. 봄이면 조팝나무나 개나리 가지가 꽂아지고 가을이면 갈대가 꽂아지기도 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장미꽃 묶음을 가져왔기에 꽃병 키에 맞게 가지를 자르고 있었다.

“선생님, 화분에 있는 장미꽃이면 더 좋겠어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뿌리가 없으니까 이 꽃들은 곧 시들잖아요.”

이 아이의 말에 크게 공감한 나는 그 후로 꽃병을 치우고 학급 아이들에게 동의를 얻어 개인 화분을 하나씩 만들어 키우기로 했다.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어 심은 강낭콩이 자라서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배움과 즐거움에 나 또한 보람을 느꼈다.

그 후로도 화분 가꾸기 활동은 해마다 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했다. 자신의 식물에 이름을 지어주고 관찰일기를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서 벽에 붙이기도 했다. 매일 들여다보고 시들까 봐 물을 주면서 식물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인성도 함께 자라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은 식물을 키우면서 엄마, 아빠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더 이해하고 자연의 고마움을 배웠다.

무엇인가를 소중하게 키워본 아이는 함부로 화단에 핀 꽃을 꺾지 않을 것이다. 꽃 한 송이, 열매 하나를 맺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노력, 시간이 들었다는 것과 모든 것이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반려동물이나 반려 식물을 키우고 돌보는 습관을 길러주면 좋겠다. 매일 돌보아야 하기에 책임감도 생기고 부지런한 아이로 클 수 있다.

매일 반복하는 일들이 모여 습관이 되고 착한 일을 반복하다 보면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인격은 누가 시켜서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 내 것이 소중한 것처럼 다른 사람, 다른 사람의 것도 소중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완성되어가는 것이다.

 

이길남 부안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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