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미래를 위한 선택이 되려면
고교학점제, 미래를 위한 선택이 되려면
  •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
  • 승인 2021.11.25 11: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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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이어 우리 교육 변화의 한 획을 그을 고교학점제 시행이 코앞에 와있다. 지금까지는 학교 시간표대로 수업을 들었다면 고교학점제는 기초소양과 기본학력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취득하는 제도이다. 또한 고교학점제는 OECD 교육 2030에서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개별성과 다양성, 분권화와 자율화, 디지털 기반 교육과도 부합한다.

교육부는 지난 2월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점’ 용어 사용, 수업량 조절 등을 위해 2023년부터 일반계고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와 준비학교를 운영하면서 학교 현장의 여건을 조성해 왔다. 2023년 일반계고 도입은 어느 정도 현장에 고교학점제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타시도에 비해 손을 놓고 있었던 우리 전북의 준비 상황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2018년부터 연구학교와 준비학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으나, 작년까지 전북의 연구학교 운영은 전무했다. 이는 전국 시도교육청 중 유일하다. 겨우 올해 교육부 직속의 국립고 1개교만이 참여하고 있다. 전국 91개 연구학교에 비하면 정말 미미한 수준이다.

준비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전국 참여율 55.9%인데 반해 전북의 준비학교 참여율은 32%에 머물고 있다. 그것도 사립학교가 대다수이고, 공립학교는 단 11개교뿐이다. 교육부가 지속적으로 고교학점제 도입 의지를 밝혔음에도 그동안 전북교육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교학점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게 산더미이다. 먼저 다양한 선택과목에 따른 교사 인력풀이 마련돼야 한다. 교육과정 운영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공간도 구축돼야 한다. 대학과의 협력 또한 필요하다. 학교간 공동교육과정도 준비해야 하고, 온라인 시스템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특히 타시도에 비해 농촌 소규모 고등학교가 많은 우리 전북의 경우 더 섬세하게 준비해야 한다. 작은 학교의 경우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가르칠 교사 수급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또 학생 수가 너무 적기에 과목 선택의 폭도 좁을 수밖에 없다. 준비가 부족하면 자칫 무늬만 고교학점제로 갈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고교학점제는 단순히 교육과정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 전반의 대변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만큼 관계자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될 거라는 막연한 인식은 위험하다. 전(前)정부의 자유학기제가 문재인정부에서 자유학년제로 확대 정착된 경우를 보면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먼저 학생은 물론 교원과 학부모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여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해와 인식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역량도 길러야 한다. 또 학생 선택에 부합하는 교사 수급을 위해 촘촘한 순회교사제를 마련하고, 복수전공을 통한 다과목 자격교사 양성, 시간제·기간제 교원 임용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고교학점제 시행에는 그동안 필자가 주장해온 학교 공간혁신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교실 구축을 위한 공간혁신(NEW SPACE) 사업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공간의 진화는 학교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부에서 준비부족을 이유로 고교학점제를 연기하자는 의견이 있으나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차피 고교학점제가 시행될 것이기에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준비하여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

서거석 <前전북대 총장/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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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 2021-11-28 19:53:14
서거석 총장님의 군산 학부모 강연회 참석해서 직접뵈니 신뢰가 더욱 생겼습니다. 전북도교육감에 당선되시길 응원합니다.
적폐청산 2021-11-25 19:33:23
문자 현수막 주변 사람들 얘기들어보면 이런분이 교육감되면 전북 교육 망한다. 적폐 청산!
ㅀㅎ 2021-11-25 15:13:08
교육감은 서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