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눈
아이들이 좋아하는 눈
  • 이길남 부안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21.11.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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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면 덮어주는 이불

올해 첫눈이 내렸다. 이제 정말 겨울이 왔나 보다. 눈이 내리니 출퇴근길 운전할 일이 걱정인데 아이들은 신이 났다. 차가운 바람에도 어느새 운동장에 나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나도 저랬었지’ 싶어 미소가 지어진다.

눈이 오면 빙판이 된 곳에서 미끄럼을 타며 놀았고 손이 빨갛게 얼어도 추운 줄 모르고 눈을 뭉쳐가며 눈싸움에 열을 올렸었다.

집에서 키우던 개와 함께 하얀 눈밭을 달리기도 해보고 처마마다 매달린 고드름을 따서 가지고 놀았다.

날이 꽁꽁 얼고 추워지면 들판은 더 썰렁해지고 나뭇가지는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하다. 이럴 때 동심의 눈으로 보면 나무가 추울까 봐 하얀 눈이 이불을 덮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윤동주 시인의 동시 ‘눈’을 감상해보자. 「지난 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이길남 동시 ‘눈’(동시집 띵까띵까‘)을 감상해보자. 「눈이 내리면 세상이 환해진다/ 눈이 내리면 내 마음이 환해진다/ 눈이 쌓인다 포근한 엄마 같다/ 쌓인 눈이 세상을 포근히 덮어준다」

하늘에서 내린 눈은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든다. 부잣집이건 가난한 집이건 가리지 않고 다 같은 하얀 지붕이다. 검은 아스팔트 도로도 시골 황톳길도 다 하얀 길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이 똑같이 흐르듯이 모두가 하얀 솜이불로 덮인다. 자연에게서 공평함을 배운다.

동시 동아리 수업을 하는 도중에 한 아이가 질문을 한다.

“선생님, 나무는 왜 더울 때는 옷이 두껍더니 겨울되니까 얇아졌어요?” 무슨 말인가 했더니 여름에는 나뭇가지에 무성하던 나뭇잎들이 지금은 다 떨어져 앙상해졌다는 말이었다.

하얀 눈이 포근한 이불로 보인 것처럼 나뭇잎들이 옷으로 보인 것이다.

겨울에는 입을 옷이 없어 추위에 떨고 있는 나무들을 위해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로 만든 솜이불로 덮어주는 것이니 아이의 눈에는 세상에 신기한 것들이 참 많고 고마운 일도 참 많은 것이다.

나뭇잎 한 장이 떨어지는 것 하나에도 아이마다 생각이 다르다. 나무와 꽃들을 사랑하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는 이미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하얀 눈은 많이 내릴 것이다. 눈이 내리면 사랑스러운 내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생각해보고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도 알아보자.

이길남 부안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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