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나들이 1탄 (제가 다닌 유치원이 어디냐면요)
마을 나들이 1탄 (제가 다닌 유치원이 어디냐면요)
  • 진영란 진안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1.11.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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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학년 아이들이 마을을 공부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장소로 자기가 다녔던 유치원을 찾았다.

 “선생님! 저기가 제가 다닌 유치원이에요!” 아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진안읍 한복판에 위치한 우리 학교 학생들은 ‘마이꿈유치원’, ‘사랑어린이집’, ‘원광어린이집’, ‘진안어린이집’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출신들이다. 걷기에는 조금 먼 거리도 있지만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 가장 그리운 장소여서 그런지 아이들은 지친 기색이 없다.

 “선생님이 계실까요?”

 선생님이 안 계시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는지 현관에서는 머뭇머뭇 쉽게 문을 열지 못한다. 그렇게 쭈뼛거리고 있을 때, 어린이집 선생님이 당신의 제자를 먼저 알아보신다.

 “너, 혜빈이 아니니?” 걱정이 드리웠던 혜빈이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환해진다.

 “네, 선생님! 저 혜빈이에요. 저 기억 나세요?” “그럼!”

 혜빈이가 와락 선생님 품에 안긴다.

 코로나도 제자와 선생님의 상봉을 가로막진 못한다. 친구의 상봉이 샘이 났는지, 자기 유치원은 언제 가냐며 성화다.
 

 “여기서 맨날 축구도 하고요, 막 뛰어놀았어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방언 터지듯이 유치원 자랑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이후에도 자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앞에 다다르면 마치 자기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한껏 뒤로 젖혀진다. 어김없이 ‘라떼는 말이야’를 연상시키는 취학 전 자신들의 일대기를 모험담처럼 들려주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기특하고 사랑스럽던지……. 마을 탐방 제1탄을 ‘내가 다닌 유치원’으로 정한 것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나게 유치원 탐방을 하고 나서 각자의 그리기 노트에 유치원을 그려보았다. 글도 써 보았다. 오랫동안 유치원을 생각하니, 추억이 많이 떠오르나보다. 교사로서의 감회도 새로웠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녔던 마냥 아기 같던 아이들이 이렇게 자란 것이 기특했다. 세상에서 노는 게 제일 좋은 우리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생님! 놀아요. 노는 것도 공부라면서요!”

 당당하게 놀권리를 요구하는 우리 아이들과 오늘은 비석치기를 신나게 해 봐야겠다.

 

 진영란 진안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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