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여성들의 목소리
90년대생 여성들의 목소리
  •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 승인 2021.11.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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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90년대생 여성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는 청년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지표를 심각하게 관찰하면서 90년대생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당사자들을 모집했다. 서울, 부천, 인천, 부산, 광주, 전북, 경주, 마창, 대구 등 9개 지역에서 4,632 명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었고 19명의 심층인터뷰로 목소리를 담아냈다.

대부분 참여자들은 일터에서 여성이면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과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일(노동)은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기 위한 수단이며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는 활동으로 생각고 있었다. 일이란 인생의 ‘기본값’이며 결혼과 출산은 삶의 부수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주를 이루었다. 90년대생 여성들은 안전과 일에 진심이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2021 대한민국 성평등포럼’이 지난 2일과 3일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렸다. ‘미래를 여는 새로운 성평등 세상’이라는 주제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개막식 영상축사를 통해 ‘성평등은 조금씩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하고 있으며 억압되었던 에너지를 끌어내고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새로운 힘이 되고 있다’며, 청년세대들을 향해서는 ‘공정과 정의를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는 세대이며 기존 제도와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대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용기 있고 역동적인 세대’임을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일(노동), 안전, 디지털 전환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보고 변화된 사회에서 성평등실현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대응방안들이 논의되었다. 청년들의 일과 삶, 안전한 사회, 디지털 시대 새로운 도전과제와 성평등, 성평등을 향한 대안모색이라는 작은 주제로 세션별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되었으며 세션별 공론장에는 남녀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평등 사회를 향한 거침없는 그리고 불꽃튀는 토론이 이어졌다. 이 장면에서도 특히 청년여성들은 일과 안전에 진심을 다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디지털 전환이 일상화되면서 우리처럼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도 온라인으로 접속해 실시간으로 포럼현장의 역동성을 체감할 수 있었고 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직접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포럼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일부 안티페미 세력들이 채팅창에 들어와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고 욕하며 조롱하는 등 건강하지 못한 모습들이 포착되었다. 온라인에서의 차별과 혐오 등은 성평등 사회실현의 위기인 점은 분명하다. 새로운 도전과제의 양면성이다.

최근 들어 청년세대가 사회적 의제의 중심이 되고 정치장면의 주연으로 떠올랐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청년세대를 연일 호명하며 청년들의 표심을 끌기 위해 공을 들인다.

청년세대, MZ세대, 2030, 90년대생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호명되고는 있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미세한 차이들은 조망받고 있지 못하다. 그저 청년으로만 묶기에는 다양한 욕구를 가진 층위들이 존재하고 정치적 효능감은 극명하게 다르다. 세대는 강조되는데 각자가 처한 현실이나 다양한 의제들이 섬세하게 구분되지 않고 그저 두루뭉술한 청년담론으로 그들을 주변화시키지 않을까 염려된다.

특히 강남역 살해사건 이후 여성혐오가 젠더영역의 최대이슈가 되었고 박원순서울시장 사건 이후 여성들의 정치세력화 층위는 아주 세분화되었다. 이러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소거된 채 건강하지 못한 페미니즘,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무고죄를 살려내려는 시도 등 청년세대를 향한 정치적 계산만 난무하고 있다.

청년여성들은 목숨만큼이나 안전과 일에 진심이다.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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