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수질과 기울어진 운동장
새만금 수질과 기울어진 운동장
  • 김현수 전북대 교수
  • 승인 2021.11.17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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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만금호 수질에 대한 동일한 기사가 여러 언론사를 통해 보도되었다. 한 시민단체가 호내 12개 지점에서 조사를 수행한 결과, 수심이 4m가 넘는 모든 지점에서 용존산소가 고갈되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새만금호에서 수심이 4m 이상인 지점에서는 생물이 전혀 살 수 없는 데드존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거의 매년 이맘때쯤 유사한 내용의 기사가 동일한 기관의 발표를 통해 보도되고 있는데, 올해에는 해수유통을 확대했음에도 변화가 없으니 해수유통량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 주요 논조인 듯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있다. 정확한 뜻을 알고 인용하기 위해 포털의 용어사전을 찾아보니 ‘서로 반대되는 두 개의 입장이 있을 때, 어느 한쪽에 유리한 제도와 질서로 인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최근 유력 대선후보가 이 용어를 사용하여 화제가 된 바가 있는데, 이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는 주체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 언론이다. 새만금 사업을 진행하면서 호수 수질개선을 위해 전면적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호내 대책을 포함한 다양한 대책의 수행이 먼저라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해수유통을 주장하는 쪽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언론보도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칙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민감한 문제에 대한 주장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사실 확인없이 ‘죽음의 호수로 변한 새만금호… “4m 이하 아무것도 못 살아”’와 같은 선정적인 제목으로 보도하기보다는 말이다. 새만금 수질 문제는 도민의 첨예한 관심사이고,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 핵심적 내용에 대한 팩트체크를 통해 도민들께 올바른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먼저, 새만금호 4m 이하 지점에는 항상 용존산소가 고갈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확인하고자 한다. 현재 새만금호에서 수질측정을 하고 있는 기관은 여러 곳이다. 대표적으로, 전북지방환경청에서는 매월 1~2회 호내 13개 지점에서 깊이에 따라 수질측정을 하고 있고, 환경부 발주로 수행되고 있는 다양한 모니터링 사업에서도 여러 지점에서 수질 측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용존산소 농도는 수체의 성층화 뿐만 아니라 수체 내외부의 다양한 기작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점별로 시기에 따른 용존산소 농도의 현저한 감소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상시적으로 고갈상태에 있는 지점은 없다는 것이 모든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보고하고 있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수심 4m가 넘는 지점에서는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다는 것인데, 2013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호 자연 생태 모니터링’ 결과에 의하면 2020년 새만금호 바닥에는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 53종이 서식하고 있다. 저서생물은 호수나 바다의 바닥에 사는 동식물로, 움직임이 크지 않아 무산소 조건이 지속되면 이를 피해 이동하지 못하고, 반대로 서식환경이 좋아져도 빠르게 이동해 들어오지 못한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저서생물의 종 수는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새만금호 바닥은 항상 산소가 고갈되어 있어서 ‘아무것도 못 사는’ 환경이라면 이들의 존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다음은, 해수유통을 늘려서 염분성층을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다. 강에서 흘러들어온 담수와 바다에서 유입되는 염수가 만나면 빠르게 섞이지 않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염수가 하부에, 가벼운 담수가 상부에 층을 형성하게 된다. 염분성층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아예 담수호를 만들던지, 아니면 바닷물과 민물이 활발하게 혼합되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두 개의 갑문을 통해서 해수유통이 이루어지는 현재 조건에서 해수유통량을 늘린다 하더라도 염분성층은 없어지기 어렵다.

특정 사안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는 독자와 시청자에게 나쁜 인상을 남긴다. 심지어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대대적으로 정정보도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는 대중의 뇌리에 영구적으로 각인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 내용의 팩트체크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번 보도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 글을 쓰는 것은 새만금호 수질이 매우 양호하다고 홍보하기 위함이 아니다. 현재 수질에는 아쉬운 점이 많고, 여러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질 대책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과학적 논의에 근거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의 지속적 보도로 인해 합리적 논의가 방해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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