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우리집 길량이 ‘묘순’이에 대해 기고를 한 적이 있었다.
몇 번에 걸친 출산에도 새끼를 모두 잃어 버리는 가련한 어미 고양이였다.
이 길냥이 묘순에게도 딱 하나의 새끼가 기적같이 생존해 있으니 그게 ‘사랑’이다.
우리집 토방에서 나는 우리집 식구가 접근할 때면 새끼때는 도망가기 바쁘더니 요즘은 제법 컷다고 약 1m쯤 자리를 비켜선다.
그리고 아버지가 먹이를 줄 때마다 제 몸을 허락하는 녀석이라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그러던 녀석이 요즘 추워지니 아침부터 거실 문앞에서 햇볕을 쬐다가 문 열기를 기다렸다 집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기 시작한다.
일단 집안에 들어오면 주도권은 우리가 갖고 있는지라 쓰다듬어 주어도 가만히 제몸을 내준다.
집안에 들어온 녀석은 한바퀴 거실 및 방안을 둘러보고 사료를 먹은 뒤에는 또 자연스럽게 집밖으로 나간다.
일단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듯 사람 돈을 거부한다.
밖에선 길냥이, 집안에 들어오면 집냥이가 되는 것이다.
요즘 밖이 추워 밤 늦게 방안에 들어서니 사랑이가 아버지가 애용하는 안락의자에 자연스럽게 누워서 겁먹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기특해 얼굴을 쓰다듬어 주어도 가만히 있어 주며, 내가 자리를 뜨자 자신의 몸을 쭉 늘어뜨리며 잠을 청하는 녀석을 보며 이제 우리집 식구가 된듯했다.
지금도 지가 볼 일이 있을 때마다 제집처럼 드나드는 '다정'이와는 다른 까칠함을 갖고 있는 녀석이다.
따뜻한 잠자리와 먹이를 충분히 취하고 즐긴 녀석은 문밖으로 나서면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길냥이로 변해 우리집과 마을을 배회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사랑이도 지 선배 다정이 처럼 배부른 집냥이 보다 자유로운 길냥이의 세계를 갖고자 하는 것 같다.
부디 죽지 말고 잘 살아가길 바란다.
김재성 <전주시 금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