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과연 가능한가?
위드 코로나 과연 가능한가?
  •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1.11.15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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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 2주 만에 신규확진자와 재원 중 위 중증 환자, 사망자 모두 증가세를 보이며 방역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드 코로나의 단계적 이행이 예정대로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폭증하는 신규확진자로 인해 다시 봉쇄조치 카드를 꺼내는 등 위드 코로나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위드 코로나 이후 재원 환자 중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6일 400명대(411명)에 처음 진입한 이후 지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485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사망자도 32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다. 위 중증 환자 수는 정부가 의료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힌 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아직까진 의료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부 전문가와 정치권에서 성급하게 위드 코로나를 서두르면서 나타난 상황이라며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나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해 1월 처음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떠올렸고 몇 달만 견디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재유행이 해를 넘겨 반복되자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에 도달하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가 출현하면서 집단 면역은 불가능해졌고,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는 풍토병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이젠 영영 마스크를 벗고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인가?

1918년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을 살펴보면 코로나19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1918년 독감은 약 1년간 3차례 유행을 통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감염시켰고 그로 인해 약 5,0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사람이 1918년 독감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후 약 40년 동안 겨울에 유행하는 겨울 독감으로 계속 유행하면서 1928년과 1934년에는 1,00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대규모 유행을 다시 일으켰다. 이후에는 유전자 재편성을 통해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으로 진화했다. 코로나19도 1918년 독감의 역사적 경로를 따른다면 몇 년 동안은 지금처럼 연중 내내 유행하다가 점차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겨울철에만 유행하는 독감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도 차이는 있겠지만 역시 이러한 경로를 통해 감기 혹은 독감 바이러스처럼 토착하여 풍토병이 될 것이다. 델타 변이의 감염 재생산지수는 6으로 1918년 독감보다 전파력이 3배 높다. 백신과 치료제로도 델타 변이의 높은 전파력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까지 경고를 보면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 중 대략 3명 중 1명에서 돌파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80%에 미치지 못하고 접종 후 2개월이 지나면서부터 감염 예방 효과가 점차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구용 치료제도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델타 변이는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대부분 전파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진단되고 투약이 이뤄지면 전파력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염 예방 효과가 100%에 가까우면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없는 매우 안전한 백신이 개발되거나 안전하면서도 값이 싸서 많은 사람이 예방적으로 투여할 수 있는 먹는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모를까 델타 변이의 전파력을 크게 낮출 대책이 마땅치 않다.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도 지금 같은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생각한 것보다 아주 오랫동안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잠깐 참고 견디면 될 일이 아니다.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보건소 방역 요원과 병원 의료진이 퇴근도 못 하고 주말도 없이 일하게 만드는 방식은 이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불황에 빠진 세계와 국가 경제도, 경영난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도, 보건소 방역 요원도, 의료진도 일상을 회복해야 버틸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해 전 세계 인구가 면역력을 갖기 전까지는 코로나19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같은 재유행이 얼마나 오랫동안 되풀이될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몇 년 동안은 계속될 것이다. 기약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단계적으로 완화하여 일상으로 돌아가되 마스크, 손 씻기 등의 개인 방역을 철저히 유지하고 확진자 통계 집계보다 위 중증 와 사망자 환자 중심으로 대응하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이제 인류는 코로나19와 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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