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백년기업을 위하여
전북의 백년기업을 위하여
  • 채정묵 중소기업중앙회 전북중소기업회장
  • 승인 2021.11.10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30년 이상 지속된 곳은 15만 개로, 전체 중소기업의 2%에 불과하고, 기준을 20년 이상 지속된 기업으로 낮춰도 65만 개로 10%가 채 되지 못한다. 기업의 업력이 증가할수록 매출액과 자산이 급증하고, 일자리 창출 능력도 높아진다고 하니 장수기업이 많아지면 우리 경제가 더 건강해지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백년가게’, ‘백년소공인’등의 제도를 도입하고, 전라북도에서도 ‘전북 천년명가 육성사업’등을 통해 100년 이상 운영할 수 있는 기업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30년, 40년을 넘어 100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하나 있다. 인간의 수명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창업자가 아닌 누군가가 기업을 이어받아 경영해야만 하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은 전문경영인 제도를 통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자연스레 경영을 이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세한 중소기업은 전문경영인을 활용하기도 어렵고, 가치평가의 어려움으로 M&A 시장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자식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기업승계가 될 것이나,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을 자녀세대에 물려준다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어 이조차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승계를 큰 노력 없이 재산을 물려받는 부의 대물림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을 승계한다는 것은 단순히 재산을 승계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부동산과 같은 수익용 자산이 아닌 기업을 물려주겠다는 것은 선대가 일군 재산만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존속·발전시켜야 하는 책임감까지 물려주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기업승계를 통해 견실한 장수기업을 탄생시킨다면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사회적 이익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기업을 승계할 때 증여세와 상속세를 유예하거나 지원해주는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독일은 경우에 따라 가업승계 자산의 85% 또는 100%를 과세가액에서 공제해주고, 특히 일본에서는 상속세와 증여세 유예뿐 아니라 사업승계나 세대교체를 계기로 경영혁신이나 사업전환을 시도할 때 필요한 경비를 보조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상속개시 이후 업종변경 제한 등 현실에 맞지 않는 사전·사후 요건들로 인해 활용이 저조한 실정이다.

 전북지역은 제조업 대표자 중 29%가 60세를 넘겨 그 비중이 전국 18개 시도 중 세 번째로 높다.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전북합성수지협동조합의 조합원들도 절반 이상이 2세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는 지역사회와 지자체에서 기업의 승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간인 것이다. 전북지역에서 선제적으로 중소기업 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제도들을 추진하고 2세 경영인들의 상호 교류의 장을 마련해준다면, 우리 지역에서 백년을 이어가는 기업이 나오는 것도 무리한 상상은 아닐 것이다.

 채정묵<중소기업중앙회 전북중소기업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