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손님 덕분에
나비 손님 덕분에
  • 진영란 진안초 교사
  • 승인 2021.11.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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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세줄나비 생태 시 수업

 우리 교실은 2층이다. 수세미와 작두콩을 1층 화단에 심어서 그린커튼을 만들어 보았는데, 여름과 가을 사이, 수세미 꽃이 교실 창문에 그림자를 드리워서 가끔 수세미 꽃도 관찰하고, 수세미 줄기는 타고 올라오는 개미 친구를 관찰할 수도 있었다. 수업에 싫증난 아이들은 종종 한눈을 팔 수 있는 눈요깃거리를 제공해 준 고마운 존재다.

 

 1교시 시 수업을 시작하려던 찰나,

 “선생님! 나비 그림자예요!”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가을 햇살에 마음을 빼앗겼다가 나비 그림자를 발견한 아이가 외친다.

 “어디 어디?”

 아이들의 시선과 몸이 일제히 창을 향해 돌진한다.

 “야, 조용히 해! 그러다 날아가겠다! 수세미 꽃꿀을 먹으려고 왔나 보네!”

 아이들은 시끄러운 소리에 나비가 날아갈까 봐 조바심을 내면서도, 샘솟는 질문을 주체할 수가 없다.

 나비 그림자가 작아지면서 멀어져서 갔나보다 생각한 순간, 창문을 떠나지 못하고 맴돌기를 반복한다. ‘설마 교실 안에 있겠어?’ 롤스크린을 조심조심 걷어 보니, 나비는 밖에 있지 않고 우리 교실 창문 안에 있었다.

 

 “무슨 나비예요? 나비가 어떻게 들어왔을까요? 지금 태어나서 추워서 죽으면 어떡하죠?”

 아이들의 질문과 걱정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나비 주위로 몰려든 아이들이 갑자기 소리 죽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노랑 나비, 흰 나비…….”

 그렇게 에너지 넘치던 아이들이 작은 생명체 앞에서 한없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노래를 부르다니,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전교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조심성이 있었다니! 경이로운 순간이다.

 “선생님! 오늘은 우리 저 나비를 그려봐요!”

 “진짜? 너희들 그리기 싫어하지 않았어?”

 처음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우리들의 나비 그리기 수업이 시작되었다.

 “선생님! 무슨 나비예요?”“야, 선생님은 이름 안 알려주잖아. 우리가 찾아야지!”

 스스로 곤충도감을 뒤적이더니 1분도 안 되어서 ‘별박이세줄나비’ 이름을 찾아낸다. 도감을 휘리릭 넘기다가 우리가 본 것과 똑같은 나비를 찾았단다. 선생인 나보다 훨씬 검색 능력이 빠르다.

 “선생님! 나비 날개 끝부분에도 하얀 점들이 있네요. 까만 줄 알았는데, 갈색도 있고요!”

 아이들은 나비 날개에 있는 문양 하나하나를 스스로 발견해 낸다.

 “나비 이름이 왜 별박이인 줄 알겠어요. 까만 밤하늘에 하얀 별들처럼 무늬가 있네요!”오호! 이제 나비 이름의 유래까지 척척 유추해 낸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림을 그린 아이들은 또 한편의 멋진 시들을 토해낸다.

 

 갑자기 찾아온 작은 손님 덕분에 아이들은 행복한 수업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나비는 어떻게 우리 교실에 왔을까?

 

 진영란 진안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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