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래왔듯
늘 그래왔듯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 승인 2021.11.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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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퇴’(퇴근 후 곧바로 귀가 하는 것)한지 벌써 2년이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이따금 저녁에 누굴 만나도 인원제한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회사나 공직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는 일은 더욱 그러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의 입학식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1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즐기던 어른들은 출국 전 공항의 설렘을 그리워했다. 자영업자에겐 코로나19 시대는 생존의 문제였다. 요식업을 하는 지인들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다. 가끔 안부를 물으면 홀서빙과 배달까지 하고 있다는 한숨이 돌아왔다.

코로나19 시대의 그늘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들었다. 아이들은 마스크 때문에 표정이 보이지 않아 언어 발달이나 애착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한참 말을 배우고 사회성을 기를 시기임에도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생동감 있는 표정을 읽는 일을 못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의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학부모들의 70%가량이 코로나가 아동발달에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기 직전 아이가 ‘아 참, 마스크!’라고 외치며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젊은이들은 어떨까.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불행한 ‘새내기’인 20학번, 21학번들은 청춘을 빼앗겼다. 대학 캠퍼스는 정적만 감돌았고 새내기들은 벌써 ‘헌내기’가 되어버렸다.

초기엔 백신 수급도 걱정이었다. 백신을 맞고 나니 돌파감염 뉴스가 쏟아졌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모두의 2년이 지났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 2년이었다. 2019년 11월 그저 그런 중국발 외신 뉴스로 시작된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이제 독감 바이러스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동행을 선택했다.

인류는 유사이래 바이러스와 끊임없이 싸워왔다. 천연두와 흑사병, 스페인 독감, 에이즈, 에볼라 바이러스까지. 인류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여러 재난 영화에 잘 담겨있다. 2013년 개봉한 마크 포스터 감독의 <월드워Z>는 ‘좀비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멸망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바이러스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바이러스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대자연은 연쇄 살인마와 같습니다. 머리가 비상하고 독창적이지만 항상 단서를 남기죠. 과학자들은 단서를 알아보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지요. 때로는 바이러스의 가장 강하고 무섭다고 여겼던 면이 사실은 바이러스의 취약한 약점일 수 있어요. 대자연은 약점을 강점으로 위장하는 능력이 뛰어나답니다.”

코로나 19가 창궐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인류는 백신을 만들어 냈다. 치료제도 연구중이라고 한다. 코로나 19는 폭발적인 전염력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남겼지만 ‘단서’를 남겼다. 백신과 치료제는 과학자들의 몫이지만, 일상회복은 평범한 사람들의 몫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거리두기 개편안이 시행됐다. 정부는 백신 접종률과 중환자실 입원병상 여력, 중증환자의 발생 빈도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여서 다행이지만, 불안할 수밖에 없다. ‘위드 코로나’를 앞둔 지난 30일 핼러윈 데이에 수많은 인파가 거리를 메웠다(전북도민일보 10월 31일자 기사 참조). 걱정보다그 동안 얼마나 참았길래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나긴 터널의 끝에서 염세적인 지구 종말을 담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유명한 대사처럼, 늘 그래 왔듯 우리는 방법을 찾고 극복할 것이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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