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이 있는 삶. 뭣이 중헌디?
아침, 저녁이 있는 삶. 뭣이 중헌디?
  • 송상재 전라북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승인 2021.11.02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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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무원 사회에서도 정당한 노동권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많은 지자체에서 중식 시간 휴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장성군은 지난 6월, 광주광역시, 순천시는 7월, 곡성군은 9월 등 전국적으로 확대 추진 중이다. 공무원 사회는“밥도 편히 못 먹나”와 시민들은 “시민을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결정”이라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다운 삶에 대해 사회 전반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무원 사회도 눈높이를 맞춰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도청 6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상반기 복지분야 설문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공무원들도 이제 노동자로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있으며,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리는 근로자의 날(5.1.)에 대체 휴무 필요성 긍정 답변이 무려 91%, 중앙부처와 같이 9시 정규 출근 시간 문화 필요성 긍정 답변은 84%로 아침, 저녁이 있는 삶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중앙부처 직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아침에 가족들과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고 유치원까지 두 손 잡고 데려다 준다고 한다. 정책적인 부분에서 지자체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그들이 어떻게 아침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바로 아침 9시에 정규 출근 시간이라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한다. 아침에 일찍 나와서 아침 회의도 하고, 신문 스크랩해서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도정 발전의 지름길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과 아침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유치원도 못 데려다 주는 엄마, 아빠, 저녁에는 야근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지속한다면 우리 사회의 일차적 조직인 가족이 무너지고, 종래에는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WHO의 「2019 Mortality data base」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청소년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명) 평균은 5.9명이다. 여기서 한국은 8.2명(‘16년)으로 10위이며, OECD 평균보다 1.4배로 충격적인 결과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미래 세대들이 자살의 늪에서 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빈번한 아침 회의와 변하지 않는 조직문화 속에 가족 간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다.

YBM 한국 TOEIC 위원회가 자사 블로그 방문자 3,294명을 대상으로 입사하고 싶은 회사 조건을 설문한 결과 ’높은 연봉‘이 아닌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설문조사가 1위로 나왔다. 사랑하는 아들, 딸과 옹기종기 모여 아침, 저녁 식사를 기대하는 세대뿐만 아니라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와 Z세대(1995년 이후 출생) 신규 공무원들도 출퇴근 문화의 개선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부처와 같이 출퇴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간부들의 조직문화개선 필요성에 대한 인식변화와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아침 회의는 지양하고, 신문스크랩에 대해 과도한 대응을 자제해서 헛심을 빼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

세상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속도에 발맞춰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원하는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문화개선이 가장 좋은 해답이다. 이를 통해 ’활기차고 신명 나는 조직문화‘는 바로 도민들에게 질 높은 행복의 서비스로 전달될 것이다.

송상재<전라북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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