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발 버스와 국가균형발전
효자발 버스와 국가균형발전
  • 윤준병 국회의원
  • 승인 2021.10.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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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추진한 정책 중에 ‘올빼미 버스’가 있다. 서울은 한밤중에 일하고 새벽에 퇴근하는 시민들과 빌딩 청소 등을 위해 이른 새벽에 출근하는 시민들도 많다. 대부분 자가용을 운행할 여유가 없어서 비싼 택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불법 전세버스를 단속하면서, 아예 서민들의 편의를 도울 수 있도록 서울시가 심야버스 운행에 나섰다. 자녀의 막차 귀가 걱정도 안 하고, 새벽 출근 부담도 덜 수 있는 서민의 발이 되면서 시민들의 호응이 높았다.

이와 같이 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이동권이란 말은 헌법에 보장된 다른 권리처럼 모든 시민이 사회적 지위나 재산 정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현대인은 생계를 유지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은 생활반경이 필요하고, 이 공간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권 보장은 더욱 피부에 와 닿는 절실한 문제다. 실생활에서 이동권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선진국을 중심으로는 보편적인 복지정책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동권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대도시권의 교통문제를 광역적인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별도로 정해놓은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1개 노선건설에 수조 원이 소요되는 지하철 건설이 지금도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께는 무임승차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서 지방에 비해 대도시 어르신들은 더 많은 복지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실제 2010년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선 전철이 개통하면서 어르신의 방문이 크게 늘어 춘천시의 음식점과 관광지가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반면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을 보면 기본적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빈약해서 지하철같은 교통시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주로 생활하고 있다보니 지하철을 통해 제공되는 무임승차 혜택도 접근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동권과 관련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전북도가 ‘강소도시권 교통시설지원 특별법’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대도시권만 지원하는 대광법에서 전북과 강원, 제주는 소외될 수밖에 없어서, 광역시가 아니더라도 적정한 강소도시 간 연대가 되면 교통망을 지원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강소도시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도시권역만을 연결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중소도시와 농산어촌까지를 아우르는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 중소도시-농산어촌으로 연결되고 동일한 무임혜택이 제공될 수 있도록 농산어촌 어르신에 대한 교통복지 차원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중소도시 및 농산어촌 지역의 교통문제를 공공교통으로 묶고, 공공교통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방식으로 교통체계를 정비할 시점이 됐다.

서울 올빼미 버스를 만든 사람이 정읍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 대학생이 꽃다발과 엽서를 보낸 일이 있다. 올빼미 버스 덕분에 많은 부분이 편리해졌다면서, 병원에 다니는 할머니가 편히 타실 수 있는 효자손 같은 버스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문득 어디든 모셔다 드리는 ‘효자발 버스’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이번 대선에서 이같은 중소도시 및 농산어촌지역 교통정책이 국가균형발전의 중요한 아젠다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공정하고 평등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국가균형정책을 공약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접근을 준비할 시점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면 국회에서도 입법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윤준병<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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