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학생들에게 ‘K-정(情)’을 베풀자
다문화 가정·학생들에게 ‘K-정(情)’을 베풀자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 승인 2021.10.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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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한국 이민자들의 미국 사회 정착 과정은 참으로 고달프고 험악했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는 들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인권은 침해당하고, 인종차별을 감내해야 했다. 미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소위 일류대학을 졸업한 사람일지라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단순 노동현장을 전전하며 밑바닥 인생을 살아야만 했다. 조금 여유가 있는 이민자는 세탁소, 마트, 식당 등 자영업을 열었다. 하지만 ‘한인가게’라는 꼬리표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천덕꾸러기 대우를 받았다.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미국 사회로 들어간 이민 1세대들의 삶은 말 그대로 처참했었다. 이런 모습들이 영화 ‘미나리’를 통해 이민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미국 사회에선 비주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인사회’를 이루어 서로 위로하며 생활했다. 이민 1세대들은 자신들이 겪는 대우를 2세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교육에 올인했다. 그 결과 성공한 한국 이민자들도 나왔다. 하지만 성공확률은 역시 미미하기 그지없었다.

한국인들의 미국 이민은 197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미국에 발을 디딘 사람들의 사유도 다양했다. 한국에서 먹고살기 어려워, 미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 2세 교육을 위해, 해외입양 등 제각각이다. 언제부턴가는 민주화 운동 세력이나 범죄 경력자까지 아메리칸드림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한국의 경제가 발전해 굳이 불안한 미국 사회에 뛰어들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반기는 사람 없는 미국 사회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 사회로 들어오는 아시아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조선족을 비롯해 중국, 필리핀, 태국, 네팔, 몽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등 그 나라도 다양하다.

결혼, 취업, 유학을 왔다가 한국 사회에 눌러앉는 등 이민유형도 한국인들이 미국 사회로 들어갔던 모습을 닮았다. 여기서 우리는 생각하자. 한국인들이 미국 이민 과정에서 겪었던 아픔을 한국 사회로 들어온 아시아인들에게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고 주장이다.

전북 시·군에는 다문화가정이 매년 늘고 있다. 이들 역시 처음에는 한국 사회가 두렵고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지 못해 안타까운 뉴스들을 접할 때마다 미국 이민 한국인 1세대들의 고통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사회와 우리 국민이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K-정(情)’을 베풀자. 그런데 필자는 최근 전북지역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전국에서 꼴찌라는 보도를 접했다. 다문화 학생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연간 지원 예산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17개 시·도별 다문화학생 1인당 연간 평균 지원예산 36만 4,000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지원액은 충북교육청이 95만 2,800원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전북도교육청은 23만 3,400원으로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것이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더 감소했다고 한다. 올해 전북지역 다문화학생 수는 8,105명이다. 지난해 7,720명보다 5%가 증가했다. 하지만 지원사업 전체 예산은 지난해 19억 3,500만원에서 올해 20억 300만원으로 3.5% 늘어난 데 그쳤다고 한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 사회에 합류한 다문화가정에 적어도 2세 교육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인들이 초기 미국 이민생활에서 눈물지었던 일을 이들에게 주지 말자. 이들도 존중받을 권리, 사랑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와 겉모습과 언어만 다를 뿐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에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지원기구를 설립해 상담, 교육, 일자리 알선 등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와 시·군, 그리고 전북교육청은 더 나아가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다문화 가정 및 학생들을 위한 지원예산 편성과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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