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징어 게임》, 자본주의의 민낯을 본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자본주의의 민낯을 본다
  • 송일섭 염우구박인문학교실블로거
  • 승인 2021.10.2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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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총 9부작으로 제작되었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층민으로 전락한 루저들(loosers)의 목숨을 건 게임을 잘 보여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비롯하여 ‘달고나 게임’, ‘줄다리기’, ‘구슬치기 게임’, ‘징검다리 건너기’, 그리고 ‘오징어 게임’ 등 여섯 번의 게임에서 최후의 승자 1인만이 456억 원의 거금을 손에 쥘 수 있다.

 

‘목숨을 건 게임을 그만두고 돌아가서 빚쟁이한테 쫓기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게임에 참여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루저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첫 게임에서 참혹한 죽음을 목격한 그들은 ‘게임 중단’을 결의하고 세상으로 돌아오지만, 그들의 삶은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세상은 모순투성이다. 명문대학을 나와서 누구보다 잘살 것이라고 믿었던 후배 상우도 루저로 전락했다. 루저들이 사는 세상은 여전히 고달프고 힘든 막장 같은 것, 결국 그들은 견디다 못해 다시 제 발로 게임장으로 돌아와 게임을 이어간다.

 

게임이 치열해지면서 루저들의 생각 또한 급격하게 변화한다. 때로는 서로 협력하면서 살아남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적’이라는 구조에서 추악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살기 위해서 강자(强者)를 유혹하는 미녀도 그렇고, 내부 폭동을 일으켜 경쟁자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달수 패의 음모도 그렇다. 네 번째 ‘구슬치기 게임’에서는 내재한 ‘이기심’의 잔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임 내용을 모르면서 누구와 짝을 만드는 것만큼 불안한 것은 없을 것이다. 공생을 도모했던 영감 오일남의 처지를 연민하는 기훈(이정재), 그를 배신할 수 없어 그와 짝이 되었지만, 결국 숙명의 적이 되어 게임을 해야 한다. 부부가 떨어질 수 없다고 한 팀이 되었지만, 그중 한 사람이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거짓과 술수는 그야말로 밀림의 야성 그 이상의 것이 되었다. 저만 살기 위해서 게임에 지고도 잔 자갈돌로 구슬 주머니를 채워준 명문대 출신이 상우 등은 아이들의 ‘구슬치기’라는 수준 낮은 콘텍스트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런 아수라 상황에서 살기 위하여 게임 내용을 미리 알아내면서 악당의 무리가 된 의사도 두려웠다. 그는 게임에서 죽은 자들의 시체에서 장기를 꺼내는 일을 도와준다. 거대한 악의 카르텔이 구성되면서 게임마다 인간의 잔혹함과 추악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람의 장기를 팔아먹기 위하여 456억 원의 상금을 걸고 게임을 시키는 시스템이 자본주의의 민낯 같았다. ‘구슬치기 게임’에 나오는 ‘깐부’도 그렇다. 오 영감과 기훈은 게임에 앞서 ’깐부‘가 될 것을 다짐한다. ‘네 것과 내 것’을 구분하지 않고 서로 하나가 되겠다는 사내들의 의리도 치졸한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다. 영감은 치매인 척 꾀를 부리며 살기를 도모하고, 기훈은 영감이 가진 마지막 구슬을 빼앗으려고 잔꾀를 부린다. 결국, 그들은 ’깐부‘가 되지 못했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정글 법칙을 여실히 보여준다.

 

함께 사는 것이 원래부터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현실의 우리의 삶이 저렇듯 각박하고 치열하다면 너무나 슬픈 일이다. 최후의 생존자 기훈, 그는 결국 스스로가 경마장에서 뛰는 말이었을 확인하고 이렇게 외친다.

 

“나는 말이 아니야!”

 

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작품은 원래부터 성공의 구조를 충분히 갖춘 상태에서 제작되었다. 조선일보 어수용 문화부장은 그 사실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의 대중문화가 세계 시장을 노릴 때는 ’콘셉트는 높게, 콘텍스트는 낮게” 잡는다는 원칙을 잘 따랐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불평등’이라는 ‘하이 콘셉트(high concept)’와 초등학생 수준의 아이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로우 콘텍스트(low context)’를 갖췄다고 했다. 외신은 머지않아 세계적인 예술상의 유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미 우리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의 위업을 달성했고, BTS의 음악 또한, 빌보드 석권를 차지하면서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또 한 번 《오징어 게임》의 천하가 되기를 응원한다.

 

송일섭 염우구박인문학교실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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