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위드 코로나,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1.10.14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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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난 지도 벌써 2년의 세월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당시에만 해도 이렇게 오랜 세월 전 세계가 팬데믹 사태로 고통을 받으리라고는 전문가들도 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1주간(10.3∼9) 하루평균 확진자 수는 1천961.4명으로 직전 주(9.26∼10.2) 2천489.0명에 비해 21.2%(527.6명)로 일부 줄긴 했으나 4차 대유행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다행인 점은 코로나19 치명률과 중증화율(폐렴 발생률)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현재 중증화율을 보면 4차 대 대유행이 시작된 7월 이후 약 2~3%대를 유지 중이며 팬데믹 초기(작년 2월, 3월) 1.99%까지 올라갔던 치명률은 현재 0.2~0.3%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전체 치명율은 약 0.7%이다. 10월 12일 1시 백신접종 완료율이 전 국민 대비 60%를 돌파하였고 적어도 이번 달 25일까지는 70%(노인층 8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비록 확진자 수는 계속 유지 중이나 안정적인 중증화율과 치명률, 그리고 백신접종 완료율을 보이면서 정부는 ‘위드(with) 코로나’, 즉 ‘단계적 일상 회복’의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13일 출범시켰다.

‘위드 코로나’란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는 것보다 그에 대한 인식과 방역체계를 바꿔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코로나19의 완전 퇴치는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 뒤 오랜 봉쇄에 지친 국민의 일상과 침체에 빠진 경제 회복,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막대한 비용 및 의료비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서 확진자 수 억제보다 치명률을 낮추는 새로운 방역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사실 코로나19 백신이 속속 개발돼 각국에서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하지만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높은 델타 등의 변이 바이러스가 잇따라 출몰하고, 심지어는 백신접종을 완료했음에도 감염이 되는 돌파 감염 사례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미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자는 ‘위드 코로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와 의료인들을 중심으로 성급한 위드 코로나는 감염의 확산을 증가시켜 결국 기존의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 또한 존재하고 있다. 지금의 낮은 중증화율과 치명율은 사실 백신의 효과라기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강력한 방역 정책으로 적어도 기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준으로 신규 확진자를 억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수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섣부른 ‘위드 코로나’로 하루 확진자 수가 3,500명을 넘어서는 경우 음압 중환자실이나 산소호흡기 등 기존 의료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으므로 결국 치명률과 중증화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으로 침체에 빠진 경제와 그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비용, 오랜 봉쇄에 지친 국민의 일상 등을 고려할 때 더는 ‘위드 코로나’를 미룰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아무리 침체된 경제나 소상공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코로나와의 공존을 모색한다고 해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현재의 치명률을 유지하기 위한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확진자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 우선 고위험군이나 중증 환자에 의료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건강한 확진자는 집에서 치료받게 하는 ‘재택 치료’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확진자의 건강 상태 확인, 상태 악화 시 신속한 병원 이송, 생활 지원, 격리 이탈 여부 확인 등 꼼꼼한 행정체계 의료 관리가 필수적이다. 또한 팬데믹 초기 높은 중증 환자의 발생과 치명률의 원인이었던 노인층과 기저 질환자, 특히 이런 계층이 밀집된 다중이용시설(요양원, 요양병원 등)에 대한 높은 수준의 방역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적 완화를 위해서 일명 백신 패스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백신 패스란 백신접종 완료 자에 대한 혜택을 늘려주어 각종 모임과 시설 이용 시 쉽게 백신접종 완료 여부를 확인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영업시간 제한이나 모임 인원수 제한이 확대되더라도 백신보다 그 효과가 더 입증된 마스크 착용을 의무로 하는 것, 또한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2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너무 많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고 감염병의 공포가 사라지면 좋겠지만 현재의 추이와 예측으로는 이런 바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코로나와 공존해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면 가장 안전하고 피해를 최소한 하는 방안을 철저히 만들어 대비해야만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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