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에 들어온 마을
내 마음 속에 들어온 마을
  • 진영란 진안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1.10.0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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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나들이 가요! 2학기 때 한 번도 안 갔잖아요!”

 아이들이 콧바람이 쐬고 싶어 안달이 났다. 1학기는 우리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 곳곳을 둘러보았다. 2학기 때는 본격적으로 마을을 공부할 참이었는데 아이들이 나들이를 가자고 성화니 동기유발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이 자연스럽게 마을 공부가 시작됐다. “우리가 가장 사랑한 나들이 장소가 어디더라?”아이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딱따구리를 처음 만난 한전 옆 숲을 고른다.

 “얘들아! 2학기 때는 마을 공부를 더 깊게 할 거라고 했잖아. 더 깊게 오래오래 보려면 어떻게 해야하지?”“그려야죠!”

 우리 아이들은 그리기가 오래 보기 위한 공부의 방법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리기 도구를 챙겨서 소풍가듯 들뜬 마음으로 한전 숲으로 향했다.

 마침 밤나무에서 밤들이 송이째 떨어져 있다. 밤을 줍느라 한참 정신을 팔고, 우리가 딱따구리를 만난 숲을 잠깐 산책한 다음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골라서 그리기로 했다.

 배추모종이며, 고추씨앗 같은 작은 것들을 자세히 관찰해서 크게 그리다가 커다란 건물이나 아름드리 나무를 작은 도화지에 옮기려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싶은 커다란 사물과 도화지를 번갈아 시선을 옮기며 멋진 작품들을 그려본다.

 “선생님! 김성호 선생님 말씀처럼 딱따구리 둥지가 여러 층이 있어요!”

 딱따구리 둥지가 있는 나무를 그리던 아이들이 작가님의 말을 떠올리며 새로운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눈을 반짝인다.

 “승진이는 왜 나무를 그렸어?”

 “저희가 처음으로 발견한 딱따구리 둥지가 있는 나무를 그렸어요. 이 숲에서 딱따구리를 만나서 날마다 숲에 오는 것이 진짜 신났어요. 부모님이랑도 이 숲으로 산책을 왔어요.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인생 장소예요.”

 “우리 지원이는 한국전력 건물을 그렸구나! 왜 이 건물을 그렸어?”

 “우리가 처음으로 딱따구리를 만난 곳이기도 하고요. 그 때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고객봉사실이 있어서 볼일도 보고, 물도 먹어서요. 참 고마운 곳 같아요!”

 ‘한국전력’ 옆 숲에서 만난 딱따구리는 우리 마을 구석에 자리잡은 장소를 아이들은 저마다의 기억으로 이 곳을 마음에 담았다.

 딱따구리를 만나게 해 준 고마운 장소, ‘한국전력 숲’ 우리들의 마음에 처음으로 들어온 마을이다. 우리 구름반 친구들이 꼽은 최고의 산책로가 있는 이 숲을 나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진영란 진안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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