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장미
  • 박성욱 수남초 교감
  • 승인 2021.10.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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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걷다가 차를 타고 가다가 눈길이 가는 곳을 따라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간다. 그러다가 시선을 확 잡아끄는 것들이 있다. 봄에 활짝 피워 바람에 흩날리며 꽃비 내리는 벚꽃, 여름에 불어난 냇물에 비치는 맑은 하늘, 푸른 나무, 산, 지나가는 사람들 풍경들, 가을에 길가에 피는 코스모스, 들국화, 쑥부쟁이, 야생화들, 겨울에 나뭇가지 사이 사이에 핀 새하얀 눈꽃들……. 나를 부르는 것 같아서 가던 길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가 본다.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몇 장 찍는다. 사진에 담아서 또 보고 싶어서다. 이렇게 또 하나 마음 한자리에 좋은 기억을 담는다. 세상 존재들 속 아름다움을 찾고 마음속에 담아가는 과정은 사람을 그 속에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한 아이가 장미 사진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한 손에는 연필을 잡고 있었다. 장미를 그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연필은 허공에서 빙빙 돌고 있을 뿐이었다. 학교 화단에 핀 빨간 장미가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그리려고 하니 너무 어렵다고 했다. 장미는 꽃잎 여러 장이 겹쳐있다. 꽃잎마다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주름지고 말려 있다. 그리고 꽃잎을 자세히 보면 뿌리 그물 모양으로 맥이 쭉 뻗어있다. 스치듯이 보았을 때 그냥 예뻤다. 하지만 자세히 보았을 때 그동안 알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고 직접 손으로 그리려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 다가왔다. 그림을 그릴 때 처음 벽에 부딪히는 것은 형태를 그리는 일이다. 스케치할 때 형태가 못 잡으면 그림이 이상해진다. 요즘에는 태블릿PC 성능이 참 좋다. 화면을 밝게 하고 A4 종이를 덧대면 윤곽선을 따서 그릴 수 있다. 막막함도 방법을 찾으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이제 용기가 생긴다. 윤곽선을 크게 그리고 나서 더 작은 선과 모양을 찾아서 그린다. 조금씩 조금씩 그러면서 어느덧 멋진 스케치가 완성된다. 잘 그린 밑그림을 망치지 않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주 조심조심 색을 칠한다. 연한 색으로 시작해서 용기가 생기면 진한 색으로……. 그렇게 장미꽃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쓴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 처음에 호감으로 만난다. 만나면서 알아가게 되고 알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다가 마음으로 감당하기 어려우면 멀어진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덧 좋은 관계가 맺어진다.
 

  장미
  장자인 

 장미는 아름답다
 볼수록 아름답다 

 장미는 그리기 어렵다
 너무 아름다운 것은 다가가기 어렵다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진 장미

 나도 사랑과 정성을 담아
 선을 그리고 색을 채워간다 

 그제서야 장미가 눈앞에 나타났다
 

 박성욱 수남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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