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혹은 브로커
플랫폼 혹은 브로커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 승인 2021.10.0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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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은 편하다. 코로나 시대에 식당에 가지 않아도 대문 앞까지 음식을 가져다준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직접 전화통화로 주문을 하는 일에 대해 ‘공포증’이 있다고 하는데, 배달 중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별점 후기도 볼 수 있다. 집에서 가까운 순, 별점 높은 순으로 먹고 싶은 음식점을 검색하면 꽤 만족스러운 음식이 배달된다. 얼핏 보면 음식점주도, 소비자도 만족스러운 시스템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그늘도 있다. 점주입장에선 배달 중개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부담된다. 맛집이 아닌 업체가 플랫폼에 거액의 광고료를 지불하고 맛집 행세를 할 수도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사람을 일컬어 ‘브로커(broker)’라고 한다. 브로커의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판매자는 상품을, 소비자는 구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브로커는 양측을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므로 때론 양측으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예전에는 오프라인에서 개별 계약을 중개하는 수준에 그쳤고 시장거래의 당사자는 여전히 판매자와 소비자였지만, 온라인과 스마트폰이 보급된 요즘엔 오히려 주인공이 플랫폼이 되어 버렸다.

비단 요식업뿐만이 아니다. 바야흐로 거의 전 분야에서 大플랫폼의 시대다. 대표적인 IT기업 카카오가 사업확장과정에서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이 대표적이다. 카카오가 택시 운송서비스, 꽃배달과 관련된 ‘카카오 모빌리티’, 미용업 서비스 ‘카카오 헤어샵’ 등 일부 사업은 철수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언론은 어떤가.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뉴스 편집권으로 언론사들의 기사를 편집하고 배치한다. 편집권은 언론 자유의 핵심이라며 레거시 미디어들은 반발한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독자들의 70%가량이 포털을 이용해 뉴스를 접한다고 한다. 네이버는 플랫폼이 아닌 언론사가 되었다.

자격증을 가진 판매자도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들은 공인중개사를 중개한다. 심지어 부동산 중개 플랫폼은 독자적으로 공인중개사의 중개영역을 넘보기도 한다. 필자와 같은 변호사들도 법률서비스 플랫폼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과 같은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조치에 돌입하는 한편 ‘로톡’에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리걸테크 산업의 일환으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고 법률영역과 같은 정보비대칭 시장에서 법률 서비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준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과연 법률서비스가 다른 서비스 영역과 같이 플랫폼을 통해 ‘중개’될 수 있는지 의문이란 목소리도 있다.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대가를 받고 사건을 알선하는 행위와 근본적으로 법률플랫폼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얘기다.

사건을 다루다 보면 ‘브로커’가 등장한다. 대규모 건설사업이나 토지 매매, 각종 이권이 개입된 곳엔 좋은 의미든 아니든, ‘브로커’들이 있다. 그들은 정당한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탈법적인 행위를 하여 시장을 교란하고 심지어 범죄로 나아가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순 없겠지만 중요한 점은 모든 상거래의 주연은 판매자와 소비자라는 사실이다. 조연이 주연의 역할을 넘보면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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