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위드 코로나’ 시대 예술제로의 실험 호평, 운영방식 개선 과제도
제20회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위드 코로나’ 시대 예술제로의 실험 호평, 운영방식 개선 과제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10.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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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회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선택한 작품은 ‘믿고 관람해도 된다’라는 호평 속에 3일 폐막했다.

 지난달 29일부터 닷새간 한국소리문화전당에서 펼쳐진 올해 축제는 예술제로의 전면 전환과 그 가능성에 대한 실험을 표방하며 실내공연 중심으로 26개 공연을 선보이는 방식을 택했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축제가 보여줘야 할 실험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결과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혼란 속에 비대면 미디어공연 5개를 선보이는 방식이었다면, 올해는 철저한 방역 속에 현장에서 직관할 수 있는 실내공연을 중심에 두고 온라인 생중계를 접목해 보다 개방성을 높이면서 위드 코로나에 대한 실험을 이어간 것이다.

 소리축제가 올 선보인 작품들은 전통의 원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더 깊고 충실하고, 콜라보나 변형을 통한 전통의 확장은 더욱 과감하면서도 다채로웠다.

 지순자, 강정숙 명인이 보여준 ‘산조의 밤’은 전통의 미학을 고스란히 전해준 무대였으며, ‘광대의 노래-사금’은 꽹과리 명인 4인방을 앞세워 농악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 신선한 기대감을 안겼다. 방수미, 박애리, 정상희 명창의 연창으로 입체적이면서도 짜임새 있게 얽혀 들어 가는 소리의 찰진 맛을 보여준 ‘춘향가’는 판소리의 품격을 높이는 동시에 대중성도 담보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소리프론티어 시즌2’는 판소리 원형과 변형이 품격있는 조화를 이룬 색다른 실험의 장으로 주목되었다. 조선 후기의 판소리가 풍자와 해학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했던 것처럼, 예술이 동시대성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올 축제에서 만날 수 있었던 판소리극 ‘TALE’이나 현대극 ‘놀부 FLEX’ 등은 진지한 사회참여적 발언은 물론 시대 풍자까지 세련된 언어로 보여줘 판소리의 현대적 영역을 고민하는 하나의 좌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타 장르와 전통색채의 접목은 소리축제만의 브랜딩으로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오랜 기간 전혀 다른 음악을 한 무대에 올리는 더블빌 공연으로 비교음악제의 성격을 강화했던 저력을 바탕에 둔 소리축제만의 자신감을 보여준 프로그래밍이었다. 올해는 탱고, 춤, 퍼포먼스,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면서 여기에 전통의 색채를 입혔다.

 멀리 아르헨티나에서 온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은 아쟁의 김영길 명인과의 협연을 통해 새로운 레퍼토리를 탄생시켰다. 전통연희 품바에 현대적인 사운드와 무용을 입힌 ‘다크니스 품바’도 주목됐다. 대중공연인 ‘강허달림, 전주를 만나다’와 ‘선우정아’는 가야금과 대금, 해금 등 지역 전통음악가들과의 협업으로 소리축제의 색깔을 입히는데 동참했다. 폐막공연 ‘FEVER TIME 전북청년 열전’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과 춤꾼들 60여 명이 짝을 이루며 전통음악과 역동적인 춤의 조화로 새로운 예술적 에너지를 보여줬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객석의 30%만 운영하고,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무료 공연까지 사전 예약을 받는 치밀한 준비에서 유료와 달리 무료 공연의 경우 노쇼가 많아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했다. 현장 대기 관객람객에게 관람의 기회가 주어져 티켓이 사장되는 일은 없었지만, 관람객의 축제 방문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는 원인이 되기도 해 운영방식의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위드 코로나 이후, 체험과 먹을거리 등으로 북적이던 공연장 밖의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줄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도 필요해졌다.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소리축제가 20년의 분기점에서 위드 코로나를 어떻게 대비하고 선도해 나갈 것인지 단초를 얻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다수의 대중들을 폭발적으로 모으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예술제로서 공연의 작품성을 높여 축제 브랜딩을 새롭게 하고, 대중축제는 위드 코로나와 공생할 수 있는 단계적 전략을 짜 내년에는 새로운 변화를 현실화하는 첫 해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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