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사회 도래와 농산촌의 역할
탄소중립사회 도래와 농산촌의 역할
  • 윤준병 국회의원
  • 승인 2021.09.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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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에는 군산시와 부안군 대부분이 바닷물에 잠긴다. 허튼소리 같지만, 만약 우리가 지금처럼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해 지구의 온도가 섭씨 1.5℃ 이상 상승하게 되면 극지의 빙하가 녹아서 상상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미 세계는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유럽은 100년 동안 없었던 대홍수를 겪었고 남유럽에서는 폭염 속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기후 위기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됐다.

세계 각국은 기후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동참했다. 탄소중립기본법도 국회를 통과한 후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됐다. 이로써 세계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명시하고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국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이들에게 ‘탄소중립’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탄소중립은 말 그대로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을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7억 2,760만 톤을 2050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변화의 고통을 감내해 내야 한다. 특히 석탄을 줄이는 에너지전환, 철강·화학 등의 산업 분야에 변화가 도드라질 것이다.

다행히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분야도 있다. 산림, 초지, 농업, 습지 등은 온실가스를 흡수한다. 산업부문들에서 탄소배출원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탄소흡수원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농·산촌의 흡수원 역할을 강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림은 1970년대 대규모로 나무를 심은 탓에 너무 빽빽하고 나이가 비슷한 문제가 있다. 산림청은 최근 나이 많은 나무를 베고 대신 젊은 나무를 심어 탄소 흡수력을 키우겠다며 벌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 보존해야 할 나무까지 모두베기해서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벌채 등 숲 가꾸기 사업이 생물 다양성 등 산림의 다양한 공익 기능을 해치지 않도록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대규모 벌채 등을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기계적 모두베기로 탄소흡수원을 줄여서는 안 되기에 최소한의 검토방안을 마련하려는 것이었다.

탄소흡수원 확보 노력이 국제적 온실가스 통계로 공인을 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측정과 검증작업도 필요하다. 산림경영률이 높아야 온실가스 계산에서 유리한데 우리나라는 53%에 불과하다. 과거 산림사업을 진행하고도 자료를 만들지 않아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새로 나무를 심지 않아도 데이터만 잘 정리하면 탄소흡수원을 늘려 보고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데 주목해야 한다.

농촌에 있는 농경지와 초지 같은 탄소흡수원을 확대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농업은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모두 가능한 분야로 탄소중립 사회 달성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서 잠재력이 있다. 최근에는 농사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해 토양에 가두는 ‘탄소 농업’도 확산하고 있다. 우리도 친환경 생산체계 구축과 탄소 생태농업으로의 전환, 선택형 직불제 개편을 통한 보상 확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산업계 내 유일한 탄소흡수원인 농림업에 대한 가치 인식과 역할 대응이 미흡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농민과 농촌 주민들도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당당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앞으로 농업정책은 농민과 농촌 주민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설계돼야 한다.

윤준병<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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