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20년 지나온 길 반추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20년 지나온 길 반추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9.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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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해를 맞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명장면을 추억할 닷새간의 소리 여행길로 우리 모두를 안내한다.

 ‘2021 전주세계소리축제’가 29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20주년 특집 개막공연 ‘RE:Origin’으로 문을 연다. 10월 3일까지 소리전당과 도내 14개 시·군을 찾아가는 공연으로 총 40여 회 공연을 치를 계획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안팎의 여러 부침 속에서도 20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판소리라는 유구한 전통과 역사, 인물이라는 두터운 소리 인프라를 지니고 있는 지역성 때문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이러한 문화적 자원을 동력으로 미래 세대에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소리축제가 자리해 왔던 것.

 성년을 맞은 올해에는 ‘소리#20’을 주제로 그 색깔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축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면서 사람들에게 아로새겨진 감동의 명장면들을 다시 소환하고, 객석을 춤추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선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실내공연 중심으로 예술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프로그램을 전면 배치해 위축된 문화예술의 출구를 찾는다. 판소리와 춤, 마술, 탱고 등 소리축제의 색채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공연만을 선정해 객석의 30%만 열고 운영한다.

 올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지나온 길을 반추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고민을 담아낸 프로그램들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특히 소리축제의 근간을 이뤄온 판소리에 대한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재조명 프로그램이 주목된다.

 먼저 지난 10여 년간 소리축제의 대표 경쟁프로그램으로 이른바 ‘한국형 월드뮤직’팀을 발굴하고 해외 진출을 모색해 온 ‘소리프론티어’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올해는 소리프론티어는 시즌2라는 이름으로 판소리를 확장해 장르의 변화를 실험한다. 공모를 통해 응모한 33개 작품 가운데 총 7개 작품을 선별해 소리축제 멘토링을 통해 초연되거나 각색된 무대로 올린다. 최근 국악에 여러 음악들을 접목한 TV경연 프로그램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추세 속에 그 선두 주자였던 소리축제의 위상을 안팎에 뽐낼 문제적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판소리다섯바탕’에서는 스타 소리꾼 방수미·박애리·정상희의 연창이, ‘젊은판소리다섯바탕’은 4명의 젊은 소리꾼들의 릴레이 무대로 준비된다.

 개막공연 ‘RE:Origin’도 그 중 하나다. 예술가와 평론가, 관객 등 20여 명이 패널로 출연해 만들어가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무대다. 지난 20년을 집요하게 가꿔온 소리축제가 동시대에 존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채로운 대화와 공연을 교차시키며 풀어낸다.

 더불어 소리축제의 맥박인 전통음악에는 조금 더 예술성을 갖추는데 공을 들였다.

 축제의 대표 브랜드 공연인 ‘광대의노래’에는 임광식, 류명철, 유지화, 손영만 명인이 출연해 농악단의 판놀음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각각의 리더들이 ‘상쇠’라는 묵직한 이름을 어떻게 지켜오고 열정을 쏟아 왔는지를 무대 위에 풀어낸다.

 ‘산조의 밤’에 출연하는 가야금 지순자, 강정숙 명인은 정통 산조의 깊은 맛을 내는데 집중한다. 바람처럼 깃드는 지순자 명인, 물처럼 흐르는 강정숙 명인의 연주는 가히 국금(國琴)들의 열전이라 불릴만한 무대다.  

 춤 예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격조 있는 몸짓도 가슴에 담아가야 할 무대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최신작 ‘힙합(HIP合)’이 지난 8월 예술의전당 초연을 마치고 다음 첫 행보로 소리축제를 택했다. 남성 무용수만으로 이뤄져 역동적인 움직임이 매력인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와 미디어아트와 그림자놀이, 마임 등이 결합한 가족공연 ‘SNAP meets Sori(미스터리 퍼포먼스 스냅)’도 있다.

 대중가수들도 소리축제에서 만나면 그 결이 다르다. 선우정아, 강허달림, 하림 등 독특한 보이스를 가진 매력적인 싱어송라이터들이 소리축제를 찾아 축제의 풍성함을 더한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은 유일한 해외 팀이다. 탱고 음악의 역사를 바꾼 혁명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세계를 잇는 유일한 앙상블로, 소리축제에서는 아쟁 김영길 명인과의 합동 무대로 신선한 자극을 객석에 전달한다.

 폐막공연에는 국악, 재즈, 클래식 등 여러 장르 음악 단체와 전통, 현대, 비보잉 등 지역 무용인들이 꾸미는 연합 무대 ‘전북청년음악열전’이 준비돼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예술의 신명과 치유의 힘을 나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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