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예방의 날
경력단절예방의 날
  •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 승인 2021.09.13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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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온갖 부정적 이슈의 중심에 섰던 남양유업 회장이 한 여성팀장이 육아휴직을 내자 보직해임 했고 복직했더니 출퇴근 시간이 5시간이나 걸리는 물류창고에 발령을 냈다는 뉴스로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빡세게 일을 시키고 강한 압박을 해서 못 견디게 하라’는 녹취록도 공개되었다.

이미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임신, 출산, 육아기 모성보호에 관한 다양한 제도들이 시행되고는 있으나 남양유업과 같이 사용자의 불법적 행태와 낮은 수준의 직장문화로 인한 문제들을 종종 드러낸다. 어제 직장갑질119는 지난 1년 동안 제보된 사례들을 모아 ‘모성보호 갑질보고서’를 발행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용과정에서 드러난 관리자들의 갑질사례들을 유형별로 정리했다. ‘육아휴직을 쓰면 인생 망치게 해 주겠다’는 위협적인 말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혀 실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했다.

9월 7일은 ‘경력단절 예방의 날’이다. 여성가족부에서는 9월 첫째 주 양성평등주간 중 마지막 날을 경력단절 예방의 날로 정해 여성들이 임신,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인다. 대한민국 30~40대 여성의 고용률은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6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 10명 중 4명은 경력단절을 겪고 있다. 특지 지난해부터 지속되어온 코로나19로 고용불안이 심각해지면서 경력을 포기하는 여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는 지난주 ‘일·생활균형과 경력유지를 위한 방안모색’ 경력단절예방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자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전북지역 경력단절여성 규모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으나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2천 명 정도 증가한 4만1천여명으로 나타났다. 비경제활동여성 중 경력단절비율은 40.6%를 차지하고 주로 임신, 출산, 육아, 가족돌봄 등의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여성들의 연령분포를 보면 30대가 47.0%로 가장 높았고 40대 35.3%, 50대 10.6%, 20대 6.9%를 보였다. 경력을 가장 활발하게 빌드업해야 하는 30대 여성들은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못해 M자형 곡선의 최저점을 찍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육아휴직제도 활용가능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활용가능하나 직장분위기와 대체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38.0%, 전혀 사용할 수 없음이 6.6%를 보였다. 이미 사회적으로 제도는 시행되고 있으나 동료에게 업무가중 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직장 내 분위기 때문에 있는 제도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흔히 경력단절의 원인을 임신, 출산 후 육아로 인한 개인적 사유로 단정 짓고 개별적문제로 부각시키는 데 안타깝게도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는 우리 사회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다양한 사회문화적 환경과 연동되어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문화 정착, 경력단절예방 인식개선 노력이 병행될 때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된다. 여성들의 일과 생활이 균형있게 유지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꿔내고 돌봄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다.

일·생활균형 즉 워라밸(work and balance)는 누구에게는 삶의질과 관련된 키워드인데 대다수의 여성들에게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생존을 위한 선택지의 문제이다. 일을 포기하게 되면 경력단절이 일어나고 생활을 포기하면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한 대선후보가 했던 말에 한마디를 더 얹어 되돌리고 싶다.

건강하지 못한 페미니즘이 결혼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결혼과 출산을 막는다고.

이윤애<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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