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54) 마음적으로 하지말고 마음으로 하자.
[바른 우리말 산책] (54) 마음적으로 하지말고 마음으로 하자.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1.09.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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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올 때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작품이다’처럼 ‘-적’이 붙은 단어가 많이 쓰인다.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고 정치적 자유가 증진되고 문화적 다양성이 확대되긴 했지만 사회적· 문화적 공통분모가 부족하다’ 등처럼 한 문장 안에서도 ‘-적’이란 말이 무수히 나오는 경우가 있다.

우리말에서 ‘_적’이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적’은 본래 ‘-의’의 뜻으로 쓰이는 중국어 토씨로써 일본사람들이 쓰기 시작한 것을 우리가 따라 쓰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 초기에 영어의 ‘-tic’을 번역하면서 처음으로 ‘_적’이란 말을 썼다.

이후로는 그동안 써온 ‘-식(式)’이나 ‘-성(性)’이란 단어 대신 ‘-적’이 많이 쓰이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개화기 잡지나 소설에서 ‘-적’을 사용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이후 두루 쓰이게 된 ‘-적’은 이제 우리말의 일부분이 됐으므로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적’을 마구 씀으로써 우리의 다양한 단어와 표현을 밀어내고 어색한 말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적’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방사선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없다’ 등은 불필요하게 ‘-적’을 붙인 경우다.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간, 공간(의)제약이 없다’ 등처럼 ‘-적’이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표현이다.

영어로 말하기에 익숙해지면 자연적으로 듣는 데도 익숙해진다. ‘장난적인 답변은 사양합니다’, ‘조화적인 색채 감각을 바탕으로 했다’에서는 ‘-스럽게’ 또는 ‘-스러운’ 등이 어울리는 자리에 ‘-적’을 사용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듣는 데도 익숙해진다’, ‘장난스러운 답변’, ‘조화로운 색채 감각’으로 하는 것이 낫다.

우리말에서는 다양한 조사와 어미가 있기 때문에 이처럼 ‘-적’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적’을 남용하는 것은 혹여나 ‘-적’이라고 하면 무언가 학식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특히 ‘마음적으로’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마음적으로 고생이 많았다’, ‘마음적으로 성원을 보낸다’, ‘마음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 등이 이런 예다. 하지만 이는 몹시 어설픈 표현이다. ‘-적’이 한자어여서 순우리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고생이 많았다’,‘마음으로 성원을 보낸다’,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 등이 정상적인 표현이다. ‘몸적으로 힘들었다’도 마찬가지다. 몸이 힘들었다 또는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해야한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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