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국회 통과 논쟁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국회 통과 논쟁
  • 김형준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21.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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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해 온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법이 국회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2023년부터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병원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로 달아야 하며 환자 요청이 있으면 녹화를 해야 한다. 그동안 법안을 추진하던 여당과 정부, 그리고 처음으로 법제화를 주장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은 일제히 환영 성명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환자 단체는 법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촬영 예외 조항이 폭넓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역시 CCTV 설치 조항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헌법소원 등의 법정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 과정에서 또다시 찬반의 대립과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아무튼 2015년 관련 법안의 첫 국회 제출 이후 6년 만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법안이 만들어졌으나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의 강한 반발과 찬성 입장의 환자 및 소비자 단체는 오히려 더 강한 법안을 요구하고 있어 논쟁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의 내용을 보면 우선 환자나 보호자 요청이 있으면 수술 과정을 녹음 없이 영상만 촬영해야 한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동의를 받는 경우 녹음도 가능하다. 의료진은 응급·고위험 수술 등의 경우에만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응급,고위험수술의 정의는 차후 마련될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구체적인 조항이 마련될 예정이어서 아마도 이 부분에서 격렬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녹화된 영상은 환자나 보호자가 무조건 열람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사 또는 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의 동의가 있어야 열람도 할 수 있으며, 비용은 요구자가 부담한다.

CCTV 설치 비용은 의료기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기관장은 CCTV로 촬영한 영상 정보가 분실·도난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촬영 영상 정보는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촬영 정보를 유출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그리고 개정안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시행된다.

CCTV 설치는 2014년 수술실 생일파티와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 의료실 내 성범죄 등의 사건이 불거지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설치 찬성 쪽의 주장을 보면 우선 수술을 받은 환자 처지에서는 마취를 통해 의식도 없고 보호자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수술은 제대로 된 것인지, 수술하는 의료진의 대리 수술이나 성추행 같은 불법 행위는 없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의료사고분쟁에서 전문지식이 부족하여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밝히는 데 불리한 입장인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장면이 녹화된 영상은 최소한의 방어 장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대리 수술이나 성추행 같은 1%도 안 되는 극소수의 일탈 행위 때문에 모든 수술을 다 녹화하는 것은 행정과 비용의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진료 계약 관계에 있는 환자로부터 의료진이 노동 감시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인격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선량한 절대 다수의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때론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수술 현장에서 의료진의 사기를 위축시켜 의료분쟁에 대비해 의료행위를 소극적으로 만들어 결국 환자의 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고된 수련 과정과 의료사고의 부담으로 수술을 동반하는 과목 수련을 기피 하는 현상을 부추겨 지금도 심각한 수술 전문 전문의가 부족한 실정에서 의료체계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또한 반대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한편 선진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가진 나라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세계의사회(회장 데이비드 바브)는 “환자와의 신뢰와 확신을 깨뜨릴 수 있는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입장을 지지하며 하루 속히 법안이 폐기되길 촉구한다”라며 “이 법안은 조지 오웰적인 성격이 짙어 전체주의 국가의 사고에 가깝다”라고 CCTV 설치에 반대하는 뜻을 정부에 전달하였다.

그동안 국민은 의료행위의 폐쇄적이고 전문적인 정보에 대해 수술실 CCTV를 통해 알 권리를 높게 요구해왔으며, 일부 의료인의 불법이나 편법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의료계의 반발에도 결국 법안은 통과되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2023년부터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실행되게 되었다.

그러나 국민감정에 기대여 신중함을 주장하는 의료계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또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실행까지 남은 기간 세부적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하면서 각계 의견을 잘 조율하여 최대한 부작용이 없도록 현명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형준<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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